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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꾸짖은 헌재…'신영철 재판관여' 사건 언급도

기사입력 : 2021년10월28일 17:23

최종수정 : 2021년10월28일 17:23

헌법재판소, 임성근 탄핵심판 5대3으로 각하 결정
인용 재판관들 사법부 비판…신영철 재판관여 언급도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헌정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 심판 사건이 각하로 종결됐다. 헌법재판관 다수는 피청구인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이미 임기만료로 퇴임했으므로 파면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놨지만, 3명의 재판관은 사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란 청구인의 청구가 형식적으로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사건을 종료하는 결정을 의미한다.

재판관들의 의견은 5대3으로 갈렸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이미선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해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재판 개입' 혐의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사건 선고 공판을 준비하고 있다. 2021.10.28 mironj19@newspim.com

특히 인용 의견을 낸 3명의 재판관들은 법원이 대다수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고위 법관들에 의해 벌어진 사법농단 사건에 대해 위헌·위법적인 사건임을 명백히 지적했다.

이들은 "세월호 7시간과 관련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은 법원행정처 고위직 법관이 청와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재판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는데, 당시 행정처는 사법부 위상 강화와 상고법원 도입 등 사법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청와대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었다"며 "피청구인을 비롯한 사법행정 담당자들은 법관들이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할 수 있도록 지원할 책무가 있음에도 재판 개입행위에 나아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행위에 대해 법관의 강력한 신분보장을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탄핵심판에서 까지 면죄부를 주게 된다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을 그대로 용인하게 된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법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재판의 독립을 행위에 대해 강력한 경고와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재판관 다수 의견이 각하이기 때문에 각하결정을 하면서도 "파면할 직을 유지하고 있지 않아 부득이하게 파면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의미로, 중대한 법 위반에 이르지 않은 경우 청구를 기각하는 판단과는 다른 판단임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김기영 재판관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2008년 불거졌던 신영철 전 대법관의 재판관여 사건을 언급하면서 당시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이 사건은 200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신 전 대법관이 '한미FTA 반대 촛불시위' 재판을 특정 판사에게 몰아서 배당하고, 보석 결정 등 재판부 결정에 개입한 사건이다. 당시 대법원은 신 전 대법관을 엄중 경고하는 데 그쳤다. 국회는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으나 표결 절차에 이르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신 전 대법관은 그대로 대법관 임기를 만료하고 퇴임했다.

김 재판관은 "결과적으로 어떠한 공적 확인과 해명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당사자 역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대법관 임기를 마무리 했다"며 "만약 당시 사법부 내의 법관 독립 침해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적 고려가 있었다면 그로부터 불과 몇 년이 지난 후 같은 법원의 수석부장판사로 부임한 피청구인이 감히 법관들의 구체적인 재판에 개입하거나 관여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피청구인의 행위는 법치주의를 훼손한 행위로서 반복되어서는 안 될 중대한 위헌적 행위란 점을 다시 확인하면서, 사법의 독립과 책임에 관해 이 사건 탄핵심판에서 담아내지 못한 제도적 한계에 대해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시작되어야 함을 강조한다"고 당부했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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