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검증만 매몰…능력 검증 외면
서울시장 '생태탕 선거' 대선도 반복
민생공약 검증 안되면 국민이 피해자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 "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 사상 최대의 비호감 선거"
국민들이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에 이른바 '가족리스크'까지 얼룩지면서 정치에 대한 혐오현상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선거는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둘도 없는 중요한 기회다. 때문에 대선 레이스를 통해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의 자질을 꼼꼼하게 검증해야 한다.
◆ 네거티브 대결 지나쳐…경제정책 검증 언제하나
최영수 경제부장 |
하지만 최근 선거판으로 보면 이른바 '네거티브' 대결로 치달으면서 유권자들의 정치혐오만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없는 '무당층'이 20%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후보자 본인의 도덕성 문제는 물론 최근 가족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선거는 사상 최대의 '비호감 선거'로 불리고 있다. 배우자에 아들까지 끝없는 의혹과 네거티브 공격이 반복되고 있다.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후보나 가족들을 두둔하고 싶지는 않다. 대통령후보자 역시 '제2부속실'을 통해 적지 않은 혈세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권력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가족 역시 철저한 검증 대상이다.
문제는 국민들의 아픔과 민생을 해결하기 위해 경제공약 경쟁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경제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있다.
당장 경제분야 민생 현안이 산적하다. 코로나19 충격에 빚으로 버티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수백만명이다. 코로나19 3년차인 내년은 그야말로 '살얼음' 경제나 다름없다.
문재인 정부가 끝내 풀지 못한 부동산 문제 외에도 국가적인 현안이 즐비하다. 골든타임을 한참 놓쳐버린 국민연금 개혁, 정권마다 외면해 발등의 불이 되어 버린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다.
지난해와 올해 여섯 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으로 부실해진 국가경제도 문제다. 국가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재정의 효율성과 순기능을 회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미래의 먹거리 발굴하고 핵심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대책도 시급하다. 그간 한국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왔던 반도체와 이차전지,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산업들이 경쟁국의 강한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라면 이 같은 국가적인 현안에 대해 자신의 소신과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 미흡한 것은 다듬고 다듬어 세밀하고 실현 가능한 공약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 장밋빛 구호만 남발…선심성 공약 검증해야
상황이 이런데도 대선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장밋빛 구호만 던지고 있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은 무엇인지, 재원은 어떻게 조달하고 정부의 재정악화는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지 복안이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50조원을 주겠다, 100조원을 주겠다'는 식의 설전이다. 이런 공약은 초등학생들도 할 수 있는 말 아닌가. 구체적으로 누구를 어떻게 지원하고 어떻게 재원을 조달할 것인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후 국민과 여론 앞에 검증 받고 현실성 있는 공약으로 다듬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저 '구호'에 그치거나 오히려 이념에 치우쳐 정책을 그르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생공약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후보마다 나름대로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토론과 숙의과정을 통해 공론화되지 못하고 구호에 그치고 있다. 이는 자극적인 보도에 치우치고 있는 언론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남은 것은 네거티브 선거로 인한 상처뿐이었다. 진정한 승리자는 '생태탕'이라는 자조 섞인 비판을 언론 역시 기억해야 한다.
네거티브 선거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다. 부실한 공약검증은 차기정부의 부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공약 '최저임금 1만원'과 '탈원전 정책'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대선 과정에서 공약에 대한 검증과 공론화를 뒤로 한 채 정권 내내 불필요한 갈등만 야기한 결과를 낳았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이 내걸고 있는 공약들도 대부분 닮은꼴이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정책대결로 돌아와야 한다. 대한민국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것만이 민생을 살리고 정치권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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