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자문위, 경찰대 개혁 논의 제시
경찰대 폐교?…文 정부서 이미 16개 개혁과제 발표
경찰대가 적폐냐…경찰대 출신 '부글부글'
[서울=뉴스핌] 한태희 지혜진 기자 = 경찰대학이 또다시 개혁 대상이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경찰대를 대대적으로 수술했는데, 윤석열 정부도 경찰대에 메스를 대겠다고 리스트에 올려놓은 것이다.
23일 행정안전부(행안부) 장관 자문기구인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가 발표한 경찰 통제 관련 권고안에 따르면 자문위는 향후 대통령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칭)를 설치하고 경찰대 개혁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자문위는 구체적인 개혁 방향과 내용은 경찰제도발전위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대 폐교 등 모든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고 암시했다.
자문위에서 활동한 한 위원은 "경찰대 출신이 요직을 차지한다는 논란이 있고 세무대학도 있다가 없애는 등 경찰대 존폐 논란도 이어진다"며 "경찰대 논란이 계속 있으니 어떻게 개혁할지 논의해야 한다는 게 자문위원 중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문위에서는 결론을 안 냈고 앞으로 경찰제도발전위에서 논의하도록 예시로 넣었다"며 "국민적 합의도 있어야 해 앞으로 경찰제도발전위가 구성되면 긴 시간을 갖고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17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2022년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참석자들이 임용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2.03.17 photo@newspim.com |
경찰대는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간부 양성을 목표로 1981년 개교한 특수대학이다. 경찰대생은 학비와 군 면제 등 혜택을 받을 뿐 아니라 졸업 시 경위로 임용된다.
엘리트 경찰 간부 양성 요람이지만 경찰대는 한편으로는 비판을 받는 대상이었다. 14만여명 경찰 조직에서 경찰대 출신이 비경찰대 출신보다 승진이 빠르며 요직을 차지한다는 지탄도 받았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경찰대를 대대적인으로 개혁했다.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에 따라 경찰대는 2018년 11월 경찰대 문호 개방 등을 담은 16개 개혁과제를 발표했다. 편입학 제도 도입, 입학 연령 완화 및 기혼자 입학 허용 등 경찰대 입학 문턱을 낮췄다. 경찰 간부후보생 교육을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경찰대학으로 넘기고 변호사 경력 채용과 간부후보생 등 중간에 경찰에 입직하는 사람도 경찰대에서 공동으로 교육받도록 했다.
경찰대생 특권도 내려놓도록 했다. 전액 국비 지원을 없애고 학비·기숙사비 등 1~3학년까지 개인 부담, 군 전환 복무 폐지에 따른 개별적 병역 의무 이행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경찰대 개혁추진위는 "그간 경찰대에 대한 비판과 논란을 최대한 해소하면서도 경찰 입직 여건을 고려해 유능한 경찰인재 양성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데 주력했다"고 했다.
◆ 적폐 몰리자 경찰대 출신 부글부글…"경찰 우수 자원 확보 어려울 수 있어" 우려도
불과 4년 만에 다시 개혁 대상인 적폐로 몰리자 경찰대 출신 경찰은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이다. 특히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 출신이 요직을 꿰차는 상황에서 경찰대 출신을 적폐로 몰아세우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반발했다.
일선 경찰서 수사부서에 근무 중인 한 경찰관은 "검찰, 서울대 독식은 문제 삼지 않고 경찰만 지적한다"며 "위에서 그렇게 한다는데 어찌하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간부급 경찰관은 "경찰대 개혁을 여러 차례 해서 경찰대는 이미 누더기가 된 상태"라며 "여기서 뭐를 더 개혁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경찰대 출신 한 경찰관은 "경찰대 정원을 120명에서 50명까지 줄여놔 경찰 내 경대 출신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며 "고위직 순경 출신 비중을 높인다면서 또 경대를 문제 삼고 있다"고 했다.
일선 경찰서 경찰관은 "특정 출신이 고위직을 한다는 건 한국 사회에서 팽배한 문제로 군인은 육사 출신이 90% 이상"이라며 "특정 대학만 보면 서울대 출신이 관료를 장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찰대를 없애면 경찰 우수 자원을 확보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며 "경찰을 무력하게 만들어 더 이상 경찰이 타 기관을 위협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고 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