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브레인' 딸 사망에 우크라 '국가 테러' 의혹
"러군, 특별히 끔찍하고 잔인한 일 할 수도"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인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가 모스크바 외곽에서 자동차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21일(현지시간) CNN방송,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두기나는 전날 밤 9시 30분께 모스크바 서쪽 외곽에서 탑승하고 있던 토요타 랜드 크루저 차량이 돌연 폭발해 숨졌다. 그는 원래 아버지와 동승할 예정이었지만 두긴은 막판에 따로 이동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 수사 당국은 차량에서 폭발물을 발견했으며, 차량이 두긴의 소유로 알려지면서 이는 사고가 아닌 두긴을 겨냥한 폭발 테러로 보고 있다.
차르그라드TV에 출연한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이자 정치 전문 기자 다르야 두기나. Tsargrad.tv/Handout via REUTERS [사진=로이터 뉴스핌] |
러시아 중요범죄 수사기구인 연방 수사위원회는 "폭발물은 사전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까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잘 짜여진 계획 범죄"라고 밝혔다.
두긴은 푸틴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자 푸틴 대통령에게 팽창주의 외교정책을 조언, 우크라 침공까지 이끈 인물이다. 미 국제관계지 포린어페어스는 그를 "푸틴 대통령의 브레인"이라고 소개한다. 그의 딸 두기나는 러 관영 매체 기자이자 정치활동가다.
두긴 부녀는 미국 제재 명단에 오른 인물이다. 지난 7월 이들을 제재 명단에 추가한 영국은 이들 부녀가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에 대한 허위 정보를 온라인에서 빈번하게 퍼뜨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규정했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 정부와 관련됐다는 그 어떤 연관성이라도 찾는다면 "국가 테러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우크라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성향 분리주의 자칭 독립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데니스 푸실린 지도자는 "우크라 정권의 테러리스트들이 알렉산데르 두긴을 제거하려고 했다가 그의 딸을 폭파시켰다"고 주장했다.
러 관영 선전 매체인 RT의 마가리타 시몬얀 편집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번 테러에 책임이 있는 우크라 정보 당국을 공격해 앙갚음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우크라 정부는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수석 보좌관은 "우크라는 범죄 국가가 아니기에 이번 일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오는 24일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에 앞서 시민들이 키이우 중심가에 방치된 러시아 군용차들을 구경하기 위해 모였다. 2022.08.21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크림반도·원전 이은 '암살설'...러, 24일 대규모 공격 구실일 수도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에서의 연이은 폭발과 원전 폭격 그리고 이번 '암살설'은 오는 24일 우크라 독립기념일에 러시아군이 대대적인 공격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크림반도에서의 폭발 사건과 두기나 사망 사건은 우크라 정부가 본격적으로 러 영토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가 우크라 독립기념일에 공격 수위를 높일 것이란 관측이 한동안 나왔지만 이번 두기나 사망 사건이 러시아가 공격할 추가 구실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는 24일 예상되는 우크라 대공습은 '응징'의 성격이 짙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지난 20일 연설에서 독립기념일이 있는 이번 주에 "러시아가 특별히 끔찍하고 잔인한 일을 하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구체적인 정보는 언급하지 않았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러시아가 점령한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이다. 원전이 위치한 세바스토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가 포격과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데 방사능 유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그동안 국지전으로 이뤄지던 전투가 오는 24일을 계기로 전면전으로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 공군 사령부 대변인은 "러시아군은 계속해서 벨라루스 영토에 병력을 이동시키고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등 무기를 옮기고 있다"고 최근 알렸는데 우크라 북부 접경국인 벨라루스는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전면 침공했을 때 대규모 러 병력과 무기를 파견한 곳이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