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채명준 기자 = 핼러윈 주말을 맞아 저마다 좋아하는 캐릭터로 분장한 시민들이 왁자지껄 이태원 골목을 가득 메운 지난 29일 밤. 즐거웠던 파티 분위기는 10시 15분을 기점으로 '악몽'으로 변했다.
4m 남짓의 폭에 내리막 형태인 이태원 해밀턴 호텔 골목에 흥에 취한 수백명의 인파가 발 디딜 틈 없이 운집해 있다 경사 위쪽의 그룹이 넘어진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채명준 사회부 기자 |
마치 도미노처럼 넘어진 사람이 앞에 있는 사람을 넘어뜨리는 현상이 이어지며 골목에는 사람들이 겹겹이 쌓였다. 이렇게 수백명의 시민들이 짓눌린 상황은 10여분간 지속됐다. 한 시민은 "친구가 깔려 있어서 손을 잡고 빼내려고 있는 힘껏 당겼지만 옴짝달싹하지 않았다"고 당시 현장 상황을 전했다.
'핼러윈의 악몽'은 내국인·외국인 사망자 154명, 부상자 132명 등 도합 286명의 사상자를 기록하며 비극의 막을 내렸다.
핼러윈의 악몽은 막을 수 없는 사고였을까.
코로나로 인해 3년 만에 열린 이번 축제에 연평균 참가자 수(약 10만명) 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사고 전날에는 많은 참가자들이 이태원으로 몰리는 등 핼러윈의 악몽은 수차례 '예고장'을 보냈다.
예고장에도 불구하고 이날 현장에 투입된 경찰은 200여명. 실제로는 150명에도 못미쳤다는 소리도 흘러나온다. 게다가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 상인과 경찰·구청 관계자 등이 개최한 간담회에서는 사고 예방보다는 방역수칙 준수와 마약류 매매 알선 방지 협조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예견된 재앙'이며 따라서 '행정적 실패'라는 지적도 있다. 소방과 경찰 등 2692명과 구급차 142대를 투입했지만 짓눌린 목숨을 소생시킬 순 없었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1번의 큰 사고가 일어나기에 앞서 29번의 작은 재해와 300번의 위험이 있다고 한다. 이번 사고를 더 큰 재앙에 대한 경고라고 생각하고 책임자들은 시민안전에 대해 다시 한번 성찰해야만 한다.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가는게 어딨어"라는 시민의 절규는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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