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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겁도 없이 너에게 갔고 우리는 무지개를 만들었어"-영화 '엘리멘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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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1. 불편한 사이?

10년 전 겨울, 필자는 시청 근처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 날 많은 하객들이 헐레벌떡 늦으시면서 신랑인 필자에게 인사를 건네 주셨는데, 다행히 필자와 필자의 짝꿍, 그리고 주례 선생님께서는 제 시간에 맞춰 올 수 있었고 많은 분들의 축복 속에 무사히 결혼식을 끝마칠 수 있었다. 그 날 시청에서는 민주노총의 집회가 있었는데, 필자는 그 날 노동조합의 집회를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노동조합과 필자의 첫 마주침은 필자의 결혼식이었고 덕분에 많은 하객 분들이 늦거나 힘든 표정이셨다. 필자의 노동조합에 대한 생애 첫 번째 인상은, 불편했다… 필자와 노동조합은 인연이 있었던 것일까? 사법(私法)을 공부하고 싶었던 필자는 현재 노동 전문 변호사이다.

#2. 노란봉투법

전태일 열사를 비롯한 많은 노동 운동가들 덕분에 우리 세대가 헌법과 근로기준법에 따라 인간다운 근로와 노동 3권을 존중받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그 노력과 결과물을 절대 경시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세대에 있어, 노동조합의 과격한 모습에 불편해하거나, 과연 노동조합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대변하는 친구인지,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도 현실의 모습이다. 그만큼 상반된 모습을 띄고 있는 것이 노동조합과 노동3권의 현재의 모습인데, 바라보는 모습이 다양한 만큼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그 모습을 활용하는 모습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노랑봉투법'이란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소송 제기와 가압류 집행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통칭하여 말한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은 2014년 법원이 쌍용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한 시민이 언론사에 4만 7000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보내온 데서 유래된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2016년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되었고, 이후 여러 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으나 법안이 통과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2022년 6월 화물연대 파업이, 연이어 7월경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각각 발생하면서 유사한 취지의 법안들이 다시 발의되었고, 이를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 재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사회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정우 변호사[사진=화우] 

이러한 첨예한 대립 속에서, 대법원은 지난 6월 15일, 개별 조합원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 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개별 조합원의 책임을 제한하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노동계는 "사측의 무분별한 손배 폭탄에 제동을 건 판결을 환영한다"며 "쟁의행위에 대한 사측의 '묻지마' 식 손배 청구에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판결로,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을 대법원이 확인해준 것"이라고 밝히고 있고, 야당은 이에 호응하면서 노란봉투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재계는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불법쟁의행위에 있어서는 예외적으로 조합원별로 책임제한의 정도를 개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새로운 판례법을 창조하고 있다.

책임비율을 개별적으로 평가한 아주 예외적인 대법원 판례를 불법쟁의행위에 인용한 '꼼수 판결'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고, 집권 여당은 노란봉투법은 노조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해 파업을 조장하는 등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사실상 망치게 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악평하면서 온몸으로 입법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3. 안되는 걸까?

필자는 노동조합의 집회와 함께 축복스러운 결혼식을 올렸고, 그 결혼을 통하여 얻은 귀중한 아들과 함께 며칠 전 영화관 데이트를 하였다.

함께 본 영화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 피터 손이 제작한 '엘리멘탈'이라는 영화였다. 물, 불, 흙, 공기 원소를 소재로 한 캐릭터들이 엘리멘탈 이라는 시티에 모여 사는 모습을 그린 영화이다. 그런데, 다른 원소들은 서로 섞이면 안된다고 확신하고, 다른 모습의 서로에게 선을 긋고 살아가고 있다. 왜? "그러면 안되니까!"

불의 원소를 가지고 있는 앰버와 물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웨이드는 섞일 수 없는 존재이다. 불을 끄려면 물이 필요하고, 불을 없앨수록 물도 없어지는 구조. 이렇게 배척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의 존재들은 가끔 서로를 너무나도 미워하고 너무나도 밀어낸다. 왜냐하면, 세대를 이어온 사회적 편견과 강요로 인하여, 서로를 미워하게끔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도, 앰버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물"은 우리의 적이고, 절대 만날 수 없는 존재로 교육받았다. "절대 안돼!!!!"

하지만, 엠버와 웨이드는 서로 다른 장벽을 부수고 손을 잡아 일곱 빛깔 무지개를 만들어 냈고 웨이드는 엠버에게 "겁도 없이 너에게 갔고 우리는 무지개를 만들었어"라고 이야기한다. 안된다는 편견과 두려움으로 인하여, 모두 그 아름다운 무지개를 그릴 기회를 놓치고 있을 때, 영화에서 보면 "가장 어린 친구들"이 그 용기를 내었던 것이다.

私法과 경제의 대원칙들은 우리 삶의 풍요로움의 근간이다. 노동 3권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이 정한 필수적인 권리이다. 이 2가지 모습의 가치들이 선을 그어 분리할 수 있는 가치들인가. 왜 필자는 마치,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꾸 이 2가지를 분리하고 떼어내려고 하는 것 같이 보이는지 모르겠고, 심지어 그 사이에서 편 가르기까지 하는 것처럼 보인다. 불편하다…

우리는 "안되는 걸까?" 

 

이정우 변호사

2014-현재 법무법인(유) 화우
2013-14 법무법인(유) 율촌
2010-13 법무부 국가송무과 공익법무관
2010-11 광주고등검찰청 공익법무관
2010 사법연수원 제39기
2008 서울대학교 법학과
2007 제49회 사법시험 합격

 

※ 외부 필진 기고는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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