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숫자와 쉬운 용어 사용해 정책 전달력 높여야"
"기후위기 당사자는 미래세대...청년 목소리 보장 필요"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기후위기 적응 정책 개선을 위해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 전문가는 적응 정책이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국민 전달력을 높이기 위한 수치와 용어의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녹색인프라를 우선적으로 배치한 기후적응도시를 구축하고, 도시의 특성에 맞는 기후탄력성 확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장에서는 미래 세대로서 청년들이 기후위기 적응 대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도 강조됐다.
26일 환경부는 서울 은평구 환경산업기술원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 "국민과 함께 가는 기후위기 적응대책 필요…구체적 수치 밝히고 쉬운 용어 사용해야"
기후위기 적응이란 기후위기가 야기하는 건강피해와 자연재해 등에 대해 우리 사회의 취약성을 줄이고 회복력을 높이는 방법을 말한다.
그간 정부는 기후위기 적응 대책을 꾸준하게 마련했으나, 가시적 성과가 미흡하고 정부 기관 간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간담회는 기후위기 적응 대책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고 개선 방향에 대한 전문가 제언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김완섭 환경부장관이 26일 서울 은평구 소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기후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2024.08.26 sheep@newspim.com |
간담회 진행은 정수종 서울대 교수가 맡고 이동근 서울대 교수, 유가영 경희대 교수, 경북대 한건연 교수, 남상욱 서원대 교수, 전성우 고려대 교수가 참석해 제언했다. 환경부에서는 김완섭 환경부 장관과 이영석 기후변화정책관 등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거버넌스의 중요성과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이를 위해 적응 대책을 마련할 때 구체적인 수치를 사용하고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국민 대상 정책 전달력을 높여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우선 이동근 서울대 교수는 "연구 하다보면 미래에는 일본 도쿄보다 서울이 폭염에 취약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다"며 "바람길과 물 순환 등을 위한 녹색 인프라가 배치된 기후적응도시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또 "도시 특성에 맞는 기후탄력성을 강화하고, 주민이 적응대책에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후적응 관련 정보를 충실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가영 경희대 교수는 기후위기 적응 대책의 주류화에 대해 강조했다. 유 교수는 "적응 대책과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이 조응하지 않고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따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며 "적응 대책이 국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도시 열섬 효과를 몇 도 줄이겠다는 등 구체적인 수치를 밝혔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전성우 고려대 교수는 "현재 국민 공감대가 형성됐기에 법이나 제도를 강력하게 끌고 갈 필요성이 있다"며 환경부의 행동과 권한을 강조했다. 전 교수는 또 "환경부가 컨트롤할 수 있는 땅이 없다"고 지적하며 "교육부가 도시 내 교육부지를 관리하는 것처럼 환경부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도시 내 공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건연 경북대 교수도 지역 주민이 같이 참여하는 적응대책이 중요하다고 공감했다. 한 교수는 "기후위기 적응 대책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형평성과 혜택을 공정하게 유지하면서, 적응 대책에 참여하는 이들을 모두 존중하는 거버넌스가 정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 "미래 세대가 당사자…발언 기회 보장 필요해"
현장에 참석한 청년들은 청년의 목소리를 더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지윤 기후변화청년단체 대표는 "미래 세대가 당사자이지만 이런 자리에서 발언 가능한 기회가 많지 않다. 발언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완섭 환경부장관이 26일 서울 은평구 소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기후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2024.08.26 sheep@newspim.com |
김 대표는 또 "청년들은 기후위기 취약계층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폭염 대응 센터라고 했을 때 대부분 경로당이나 주민복지센터를 생각하는데, 청년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런 곳들에 가기 어렵다"며 기후위기 적응 정책이 기존 체제에 기반해 마련될 때 발생하는 청년 소외를 지적했다.
한편 남상욱 서원대 교수는 저소득층을 위한 기후위기 보험을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한국리스크관리학회의 학회장을 맡기도 한 남 교수는 "기후 대응 기금에서 사후복구비용을 쓰는 대신 사전예방 비용으로써 보험료를 사용하면 세금 확보와 취약계층 보호가 모두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김완섭 장관은 "청년이 당사자라는 말은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은 청년의 목소리가 필요한 시기다"라며 "도시의 구조를 기후 적응 친화적으로 바꾸고 기후위기 탄력성을 높이자는 말씀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통상 사고가 터진 후 정책이 만들어지는데, 기후위기로 인한 큰 사고가 생기지 않고 사전 사전 예방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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