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국회 과방위 통과하며 연내 폐지 유력
단통법 10년 체제에서 이동통신 환경 달라져
"장려금 규모 제출 의무화, 소비자 피해 우려" 지적도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일명 단통법이라고 불리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이 폐지의 9부 능선을 넘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단통법 폐지와 후속 조치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을 통과시켰다. 단통법은 내달 국회 본회의를 어렵지 않게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통법 폐지는 지난 2014년 법 제정 이후 10년 만이다. 단통법은 보조금 상한을 두고 지원금을 공시하도록 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자 제정됐다. 실제로 단통법 제정 이후 무분별한 지원금 경쟁은 어느 정도 사라졌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통신사나 대리점에 따라 큰 차이 없는 가격에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정보를 모르고 있다가 나만 비싸게 사는 일은 없게 된 것이다.
정승원 산업부 기자 |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제정됐던 단통법은 이제 오히려 소비자 혜택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사라지게 됐다. 나만 비싸게 사는 일은 없지만 모두가 비싼 가격에 휴대전화를 사게 된 것이다. 여기에 일명 '성지폰'으로 불법 보조금이 이뤄지는 곳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비싸게 사고 일부 사람들만 싸게 사는 일이 발생했다.
정부는 연초부터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단통법 폐지를 목표로 내걸었고 시행령 개정 등의 작업을 진행해왔다. 단통법 폐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야당도 총선에서 입장을 바꿨고 결국 여야 합의로 단통법 폐지에 이르게 됐다.
그런데 단통법이 폐지되는 과정을 보면 과연 법 폐지 이후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싸게 구입할 수 있을지, 나아가 가계통신비가 줄어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단통법 10년을 거치면서 이동통신사가 수익을 내는 법을 몸소 익혔다는 것이다.
단통법 폐지의 취지는 이통사들이 경쟁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해 소비자의 혜택을 키우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통법 체제에서 이통사들은 3사 합계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서는 등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 지원금으로 가입자를 끌어오는 것이 아닌 현 상태의 유지가 실적에 유리하다는 것을 학습한 셈이다.
5세대(5G) 통신 가입자수가 전체의 70%를 넘어서면서 무선 통신 가입자수 증가세가 정체돼 인공지능(AI)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도 이통사들이 출혈 경쟁을 마다하는 이유로 꼽힌다. 수많은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사라지고 국내의 제조사는 삼성전자와 애플 두 곳만 남게 된 것도 단통법 시대와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개정안에는 제조사 장려금 규모에 대한 자료제출 의무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통사가 단말기 장려금에 대한 규모와 재원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할 때 제조업자별로 장려금 규모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단통법 시행 후 3년차인 2017년에 일몰돼 폐지됐는데 이번에 개정안에 다시 담겼다. 하지만 단말기 장려금 규모는 영업기밀에 해당해 제조사에서 이를 공개하기보다 장려금 지급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단통법 폐지가 알뜰폰 시장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알뜰폰업계는 연초에 정부가 단통법 폐지 방침을 밝힌 뒤부터 알뜰폰 시장 위축을 우려해왔다.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추진한다면 단통법 폐지가 아닌 알뜰폰 활성화 정책에 더 힘을 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내 알뜰폰 대책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단통법은 10년 동안 시장의 안정이라는 공과 함께 단말기 값 인상이라는 과를 모두 남긴 법이다. 10년 전과는 크게 달라진 시장에서 단통법 폐지가 정부가 공언한대로 통신비 인하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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