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통합 행보..."공든 탑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검찰과 결탁했다는 발언이 연일 논란이다. 이 대표의 발언이 의도된 것인지 실수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최근 그가 보인 통합 행보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5일 유튜브 '매불쇼'에서 2023년 9월 체포동의안 가결 때 당내에서 대거 이탈표가 나온 것과 관련해 "검찰과 당내 일부가 짜고 한 짓"이라며 "폭력집단과 암거래하는 사람이 살아있으면 당이 뭐가 되겠느냐"라며 비명계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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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스핌DB] |
이 발언이 공개된 직후 비명계 인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양기대 전 의원은 "당내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주의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꽂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김두관 전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신(新) 3김'(김경수·김동연·김부겸)은 별도의 공식 입장 없이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 발언을 두고 일부는 '설화 리스크'라는 입장이다. "이 대표가 실언을 한 것 같다", "서운했던 본심이 나온 것", "자신이 '비명횡사'(비명계 인사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한 것) 공천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해명한 것" 등의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해당 방송이 녹화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도된 발언이라는 평가가 좀더 지배적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해당 방송이 녹화로 진행돼서 실수일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의도를 모르겠다. 확실한 건 안했으면 좋았을 말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오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를 앞두고 비명계를 견제한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MBC에 출연해 "아마 항소심에서 안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비명계에서 공격이 들어오는 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약간의 견제구 내지는 비명계에 대한 군기 잡기 그런 게 아닐까"라고 했다.
이 대표의 의도가 어떻든 통합 행보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바둑으로 치면 진짜 악수(惡手) 중에 악수를 둔 거라고 생각한다"며 "(통합을 위한) 공든 탑들이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듯한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당 관계자는 이 대표 발언에 대해 "과거 얘기니까 허심탄회하게 얘기한 것이다. 당시에 당을 살리고 조직을 유지하려면 책임을 물어야 해서 공천 때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라며 "지금은 통합 행보가 맞다"고 설명했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