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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③ 무역전쟁의 역사, 대한민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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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의 역사가 남긴 교훈

무역전쟁의 네 가지 선례는 하나의 공통된 교훈을 갖고 있다. 월러스틴(Immanuel Wallerstein)이 제시한 것처럼 무역전쟁은 무역구조의 중심부(Core)에 있는 국가가 주변부(Periphery)를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되어 왔다. 무역전쟁은 항상 힘있는 국가가 국내 산업보호와 무역적자를 바로 잡는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공통점을 갖는다. 강대국에 의해 시작된 무역전쟁은 결코 해당국가간 경제이익의 득실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세계질서의 재편과 국가 간 권력관계의 대전환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1840-1860년에 걸쳐 진행된 아편전쟁은 산업혁명 이후 현대화된 무기체계, 함선, 화약기술, 전술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한 영국과 군사적 대비와 판단력에서 크게 뒤처진 청 제국 사이의 충돌로, 단순한 무역분쟁이 어떻게 제국의 몰락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외교만큼이나 국방역량, 특히 비대칭 억지력 확보가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1930년대 대공황을 초래한 스무트-홀리법은 보호무역 조치가 어떻게 세계무역을 붕괴시키고, 나치 독일과 무솔리니의 이탈리아 같은 파시스트 정권의 부상으로 이어져 결국 세계2차대전의 도화선이 되었는지 명징하게 보여준다. 1980년대 중반 진행된 미·일 무역전쟁은 환율조작, 수출규제, 기술격차, 통화정책이 복합적으로 동원되며 제2의 경제대국으로 떠오르던 일본수출경제를 일시에 무력화시키고 첨단기술과 과학을 기반으로 한 미국중심의 무역질서를 만들어낸 현대판 아편전쟁으로 봐도 무방하다.

트럼프 1기에 이어 현재 진행중인 무역전쟁은 단순한 관세 인상이나 공급망 변경이 아니라, 기술 표준과 데이터, 인공지능, 반도체 등 핵심 영역을 둘러싼 '경제안보화'(securitization of economic policy)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나 레이몬도(Gina Raimondo) 상무부 장관,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무역대표부 대표,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국가안보보좌관은 경제정책과 국가안보를 통합한 새로운 패권 전략을 수립하며, 동맹국에 대해 기술기반 협조와 전략적 충성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블록화가 아니라 규범과 기술의 패권경쟁이며, 폴 케네디가 제시한 '과잉팽창(overstretch)'의 현대적 재현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무역전쟁이 향하는 길은 세 갈래로 압축된다. 첫째, 미국의 전략이 성공하여 새로운 기술패권 체제를 구축하지만, 동맹국과의 갈등이 장기화된다. 둘째, 세계 각국의 저항과 자구노력으로 미국이 고립되고, 무역전쟁을 중도에 포기한다. 셋째, 상호 불신과 고립주의 확산이 전체 국제질서를 붕괴시켜, 대공황기와 유사한 전면적 체제위기로 귀결될 가능성이다. 어떤 시나리오든 전 지구적 전쟁과 파괴는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결과로 진행될 수 있다. 어쩌면 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이란과의 전쟁은 미국의 대리전으로 앞으로 미국의 뜻에 따라주지 않는 국가는 어떻게 응징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확증적 증거다. 결국 무역전쟁은 한 나라의 승리로 끝나지 않고, 결국 순응하지 않는 국가들은 패자가 되는 공멸의 게임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3일 오전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에 상호관세 25%"부과 발표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2025.04.03 yym58@newspim.com

결국, 어떻게 생존해야 하나

OECD 2025년 보고서 "세계무역의 분절화와 전략적 불확실성(Global Trade Fragmentation and Strategic Uncertainty)은 무역장벽이 커질수록 국내시장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내수시장의 체질 개선과 소비 진작 전략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소비 기반 확대를 위해 서비스 산업(건설, 물류, 의료, 교육) 및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투자 촉진 정책이 필요하며, 특히 AI, 로봇, 친환경 기술 분야의 인력양성 및 전문기술자 양산체계 구축이 절대적으로 시급한 사안이다. 이러한 전환은 단기적 어려움을 동반하더라도, 한국 경제가 새로운 구조로 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결국, 무역전쟁은 외부 충격이지만 동시에 내부 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세계의 무역질서가 재편되는 격변기 속에서 생존하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변화·혁신·내수강화라는 세 가지 축이 상호 연계된 종합전략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무역전쟁은 국방과 안보, 기술, 에너지, 식량 전쟁까지 전선을 확장하는 파괴력을 갖는다. 무역전쟁의 역사가 확실하게 보여준 한 가지 특징은 바로, 강대국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떠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무릎을 꿇게 만들고 관철시킨다는 점에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중국이 현재 미국과의 무역전쟁의 상흔을 딛고 절치부심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편전쟁으로 한번 주변국으로 떨어져 나갔던 쓰라린 아픔을 절대로 잊지않고 기술굴기와 군사굴기를 통해 미국을 굴복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경험한 역대 무역전쟁들이 세계경제와 안보질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세계적 대전환을 촉발시켰는지 보여주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려면 스스로 강해지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다. 1970년대 유가파동 당시 스웨덴, 독일, 일본 등은 직업훈련확대, 기술집약산업투자, 40대 이상에게 대학무상 재입학과 생활비 지원 등을 통한 산업재편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80년대 고도성장과 산업 전환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OECD, "Adjustment and Equity in OECD Countries," 1978). 반면 그리스, 이탈리아, 그리고 영국은 공공부분 확대, 복지혜택 강화, 임금인상, 화폐개혁 등 단기적 처방에 의존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과 국가부채증가 등으로 경제 활력을 잃고 말았다(Hall & Soskice, Varieties of Capitalism: The Institutional Foundations of Comparative Advantage, 2001). 대한민국은 이러한 교훈을 되새기며, 위기를 전환의 계기로 바꾸는 중장기적 국가전략을 정립해야 한다. 단기적 효과만을 생각하는 현금지원 정책으로는 결국 중장기 성장의 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경쟁에서 빠르게 밀릴 수 밖에 없는 위급한 상황을 잘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라는 세계경제 1위국이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찰스 P. 킨들버거(Charles P. Kindleberger)의 경고, "세계경제가 작동하려면 리더가 필요하며, 리더가 없을 경우 시스템은 붕괴한다(the world economy needs leadership, and when leadership is lacking, the system fails)"는 아직도 유효하다. "살아남는 종은 가장 강한 것도, 가장 똑똑한 것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것이다." 찰스 다윈의 목소리는 지금 우리가 경청해야 할 경귀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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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의 역사적 사례와 그 결과 전개된 제국주의의 등장, 세계경제체제의 변화, 세계대전 등 원인, 과정, 결과 등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5권의 책을 소개한다.

1.    Kennedy, Paul. (1987). 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 Economic Change and Military Conflict from 1500 to 2000. Random House.
이 책은 1500년 이후 주요 강대국들의 부상과 쇠퇴를 경제력과 군사력의 균형관계 속에서 분석한 역사경제학의 고전이다. 케네디는 스페인·프랑스·영국·독일·미국 등이 경제 기반 위에 군사력을 팽창시켰지만, 일정 시점 이후 과잉팽창(overstretch) 으로 인해 내부 경제가 이를 감당하지 못해 쇠퇴했다고 보았다.

그는 무역흑자의 붕괴, 기술경쟁력 상실, 산업구조의 경직화가 제국의 쇠퇴를 예고하며, "국력의 총합은 총·칼이 아닌 생산성과 수출경쟁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한다.

2.    Wallerstein, Immanuel. The Modern World-System. Vol. 1–3. Academic Press, 1974–1989.

이 책은 국제무역이 단순한 상품 교환이 아니라, 중심(Core)과 주변(Periphery) 간 위계와 착취의 구조로 이루어진 정치경제 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구조에서 중심국은 고부가가치 생산과 권력을 독점하고, 주변국은 원자재와 저임금 노동력 제공에 고착됨으로써 세계시장은 끊임없는 불균형을 내포한다.

미·일 무역마찰과 미국의 기술 우위 회복 과정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중심국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구조적 움직임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현재의 미중 전략경쟁과 관세전쟁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세계체제 재편의 전형적인 양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3.    Baldwin, Richard E. (2016). The Great Convergence: Information Technology and the New Globalization. Harvard University Press.

저자는 이 책에서 21세기 세계화의 본질적 전환을 조명한다. 기존의 국가 간 무역 중심의 '구시대적 세계화'에서 벗어나, 정보통신기술(ICT)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 설계(innovation)와 생산(manufacturing)이 공간적으로 분리되는 '신세계화(new globalization)'가 진행 중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구조는 고부가가치 기술이 선진국에, 노동집약적 생산이 개도국에 위치하면서 세계적 공급망(GVCs, Global Value Chains)이 정착되는 과정이다. Baldwin은 이 분업 구조가 한편으로는 개도국의 산업화를 가속시키는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선진국의 제조업 쇠퇴와 중산층 붕괴, 정치적 반세계화 정서를 촉발시켰다고 진단한다.

이 책의 분석은 현재 트럼프 2기의 기술 기반 무역전쟁이 단순한 무역불균형 조정이 아니라, GVC 체제의 주도권을 둘러싼 질서 재편 시도임을 보여준다. 기술혁신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그 생산은 해외로 분산되는 구조에서 '공급망의 무기화'는 이러한 지식-생산의 탈동조를 인위적으로 재조정하려는 정치적 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AI, 반도체, 배터리 산업에서 핵심기술을 보유한 국가들은 단순한 부품 제공국이 아니라 전략적 규칙설정자(rule setter)로 전환할 수 있는 창(window of opportunity)을 맞이한 셈이다. 이는 한국과 같은 중간기술 강국에게는 산업 정책, 무역 전략, 인재 투자에 대한 근본적 재정립을 요구하는 구조적 신호다.

4.    Frieden, Jeffry A., Lake, David A., & Broz, J. Lawrence. (2017).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 Perspectives on Global Power and Wealth. W. W. Norton & Company.

이 책은 국제정치경제(IPE)의 주요 이론들—자유주의, 현실주의, 구조주의(마르크스주의 포함)—을 중심으로 국가, 시장, 권력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설명하며, 무역, 금융, 개발, 통화정책,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분석을 제공한다. 저자들은 특히 "국가 내 정치(국내 분포연합의 구성)와 국가 간 권력(국제 체제의 구조)이 어떻게 교차하여 무역정책을 형성하는가"에 주목한다. 무역전쟁은 단순한 경제적 이슈가 아니라 국가 내 이해집단 간 갈등(예: 수출업 vs 수입대체 산업), 그리고 국제적 권력균형과 밀접히 연계되어 발생하며, 이는 제도 설계와 외교정책의 귀결로 이어진다고 본다.

이 책의 통찰은 트럼프 2기의 기술전쟁을 단순한 대중국 견제가 아닌 미국 내 분배정치(distributional politics)와 연결된 구조적 반응으로 해석하게 한다. 보호무역 강화, 공급망 통제, 동맹국 압박은 모두 미국 내 제조업 기반 유권자의 재동원, 기술기업의 국익화 전략, 그리고 패권국의 규범 주도권 유지를 위한 장기적 구조조정 시도라는 점에서 분석된다. 한국은 이러한 국제정치경제 질서 변화 속에서 내부정치와 외부안보의 이중 딜레마를 관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자유무역주의와 전략적 국익의 균형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5.    Irwin, Douglas A. (2011). Peddling Protectionism: Smoot-Hawley and the Great Depressi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이 책은 1930년 미국에서 제정된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의 기원, 정치적 배경, 입법과정, 경제적 파장 등을 정밀하게 분석한다. 어윈은 보호무역주의가 순전히 경제 논리에 따라 도입된 것이 아니라, 지역 기반 정치인의 이익 추구, 의회 내 교환 거래(logrolling), 당시 공화당의 정치적 위기 대응 등이 얽힌 정치적 산물이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법이 야기한 심각한 국제적 보복관세, 세계무역의 붕괴, 대공황의 심화로 이어진 연쇄 반응을 추적하며, '정치적 보호무역'이 초래한 실패의 교과서적 사례로 이 법을 규정한다.

저자는 오늘날 무역정책이 국내 정치의 함수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도자의 레토릭보다 더 깊은 구조적 압력을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환기시킨다. 트럼프 2기 무역전쟁의 배경에도 마찬가지로 국내산업의 쇠퇴에 따른 유권자 기반의 재편과 선거 정치가 깔려 있으며, 이는 국가 간 분쟁의 단초가 될 수 있다. 한국과 같은 중견무역국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단순히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국제 규범과 협력을 기반으로 한 선제적 다자전략과 내부 산업정책의 정비를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어윈은 결국 "보호무역은 역사적으로 실패했고, 그 비용은 항상 예상보다 훨씬 컸다"고 결론짓는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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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IMF는 2026년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세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어,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만 몰리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미국의 정치·재정 이슈, 부채한도·재정적자, 무역·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달러 방향성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달러에 일시적인 강세·약세 충격을 모두 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장기 구조 측면에서 보면, 달러는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에 가깝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등 주요 글로벌 하우스들은 공통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연준의 완화적 기조 등 구조적 요인들이 달러의 매력을 조금씩 갉아먹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데도 큰 이견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25년 2분기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냇웨스트와 피델리티는 이 흐름을 "빠르진 않지만 분명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으로 규정한다. 특히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커진 '제재 리스크'는 여러 국가가 결제·준비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자극한 대표적 계기로 지목되며, 일부 중앙은행은 준비자산 구성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기타 통화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전제 아래에서 보면 달러는 2026년 전반적으로는 약세 쪽으로 기울지만, 중간중간 강한 반등(숏 커버 랠리)이 나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다. 물가가 예상보다 끈질기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예상 밖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추가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에 단기적인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충돌, 금융시장 급락 같은 글로벌 리스크오프 이벤트가 겹치면 '안전자산 달러' 선호가 살아나면서 강세 국면이 일시적으로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는 시점을 2026년 3~6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연준의 주요 회의와 핵심 물가·고용 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만큼, 상반기 중 일정 구간에서는 "완만한 약세 추세 속 달러 반등 구간"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2026년 달러는 방향성으로는 완만한 약세, 경로상으로는 구간별 반등이 섞인 '요철 있는 하향 곡선'에 가까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달러지수 내년 전망 [사진=캠브리지 커런시스] ◆ 금: 탈달러·재정악화·지정학이 만든 '슈퍼 헤지' 월가 IB들이 그리는 2026년 금 가격의 큰 그림은 '상승'에서 '초강세'까지, 방향성이 한쪽으로 모여 있다. 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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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전재수 장관 면직안 재가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받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오전 'UN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입장을 밝힌 후 공항을 나서고 있다. 전 장관은 "직을 내려놓고 허위사실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2025.12.11 yooksa@newspim.com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전 장관은 앞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사의를 밝혔다. 그는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제가 해수부 장관직을 내려놓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언컨대 없었다"며 "추후 수사 형태든지, 아니면 제가 여러 가지 것들 종합해서 국민들께 말씀드리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장관은 "(통일교 측으로부터)10원짜리 하나 불법적으로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600명이 모인 장소에서 축사를 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께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 원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 청탁성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pcjay@newspim.com 2025-12-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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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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