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서울시향이 정재일 작곡가에게 위촉한 신작 '인페르노'로 관객과 만난다.
2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더프리마아트센터에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신작 발표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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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 감독과 정재일 작곡가. [사진=서울시향] 2025.09.23 moonddo00@newspim.com |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은 시향 취임 전부터 정재일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정재일이 화답하며 신작 '인페르노'(Iferno)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을 통해 폭넓은 음악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정재일과 서울시향의 특별한 협업이 눈길을 끈다.
얍 판 츠베덴 감독은 "'오징어 게임'에 있는 음악을 듣고 나서 정재일 작곡가를 타깃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항상 흥미롭고 강렬한 음악을 하는 작곡가를 찾았다. 그의 음악을 듣고 나서 서울에 오자마자 정재일에게 연락해 우리를 위해 곡을 만들어달라고 하고 싶었다"며 "오케스트라 작곡가는 아니지만 음악을 들어보면 재능있고 그만의 음악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재다능한 작곡가라고 생각한다. 어제 처음으로 오케스트라와 함께 리허설 했고 정재일이 직접 오케스트라에게 곡 설명을 했다. 새로운 곡은 강렬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잘 반영돼 있다. 어둡게 들리기도 하지만 탈출구가 들어있다. 공포가 있지만 분출구가 있고 결국 평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일 작곡가는 "처음에 기사로 나를 찾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를 어떻게 알았을까' 생각했는데 진짜로 몇 개월 후, 연락을 받았다. 콘텐츠를 위해 작곡을 하는 사람이라서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을 만들 수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만났다. 당연히 떨렸다"며 "인상적이었던 건 감독님께 '마에스트로'라고 했더니 '난 마에스트로가 아니다 얍이다' 라고 말해줘서 긴장을 덜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오케스트라 음악을 해본 적도 없고 능력도 없고 서울시향은 현대음악, 클래시컬한 곡을 하고 있는데 나 같은 사람이 여기 낄 수 있나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감독이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고 말해줬다. 한 가지 중요한 건 스토리가 꼭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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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정재일 작곡가. [사진=서울시향] 2025.09.23 moonddo00@newspim.com |
'인페르노'는 서울시향이 정재일에게 위촉한 작품으로,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정재일은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해 인간이 만들어가는 '지옥'의 풍경을 음악으로 형상화했다.
정 작곡가는 "어렸을 때 소설을 읽고 환상적인 이야기와 여정에 대해 음악이나 무대에서 벌어지는 어떤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해 왔다. 나는 화면을 보며 음악을 만들어 왔는데 이제는 모든 것을 혼자서 시작해야 하니 그 이야기를 찾는 데 오래 걸렸다" 며 "이 책은 내가 때때로 아무 쪽이나 펴서 봤던 책이다. 어쩌다가 마지막 장을 열게 됐는데 주인공들의 대화가 와닿았다. '인페르노는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 인페르노를 찾을 것이냐 혹은 우리 안의 다른 것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냐'였다. 그것에 영감을 받아 음악을 만들게 됐다.
또 "나는 마지막 챕터에 실제 문장의 내레이션을 넣고 싶었다. 그러나 넣으면 넣을수록 상상력을 제한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관객의 상상력도, 뮤지션의 상상력도 제한한다고 생각했다. 인페르노가 무엇이냐에는 모두가 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정말 마지막 순간에 빼기로 했다. 서울시향에게 색깔이 잘 드러나는 연주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얍 판 츠베덴 감독은 "오케스트라가 가져야 할 특성은 카멜레온 같아야 한다. 그 특성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사례가 내 옆(정재일)에 앉아있다. 그는 매우 재능있는 작곡가다. 학교에 다니는 등 정식 과정을 거치지 않았지만 스스로 공부해 훌륭한 작곡가가 됐다. 우리 서울시향은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음악가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 앞으로도 훌륭한 프로그램을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음악회를 선보이고 있다"며 "연주회장뿐만 아니라 오기 힘든 사람까지도 즐길 수 있는 파크 음악회를 비롯해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향이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연주회를 보신다면 카멜레온 같은 모습을 아실 것이다. 우리는 한국을 대표해 전 세계로 나아가는 대사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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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 [사진=서울시향] 2025.09.23 moonddo00@newspim.com |
이 곡은 '지옥'이라는 주제를 서사적으로 풀어낸다. 강력한 화음으로 거대한 지옥의 문이 열린다. 소용돌이와 함께 혼돈으로 가득한 지옥의 풍경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며 잠시 평온이 흐른 뒤 불협화음이 얽히며 비극적 절정에 도달한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음형이 잔잔한 물결처럼 펼쳐지며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음색의 밀도가 극적 서사를 구현하며, 칼비노의 마지막 문장들이 음악과 결속되면서 '지옥 한가운데서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 지속시키리라'는 해답에 이르며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이에 정 작곡가가는 "관객들이 어떤 포인트에 집중해 줬으면 하는 것은 없다. 그저 듣고 나가서 이 곡이 마음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재일은 "음악에서 모든 걸 시작해 모든 게 끝났다. 작업을 하며 지옥 같은, 절망 같은 날들을 보냈다. 풀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을 만들고 처음 악보, 음원을 드렸을 때 채점 받는 초등학생의 기분이었다. 어제(첫 리허설)는 100명의 선생님 앞에서 채점 받는 기분이었다. 그런 것들이 나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어제가 첫 리허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준비해 오셔서 충격을 받았다. 나는 참 부지런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보여주셨다. 엄청난 경험이자 학습의 기간이었다"고 밝혔다.
끝으로 얍 판 츠베덴 감독은 "연주회에 꼭 오셔서 정재일 감독의 신작을 들어달라고"고 당부했다.
서울시향이 선보이는 '2025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과 박재홍'은 25, 26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moonddo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