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미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으나, 최근 경제 성장세 둔화는 일시적인 것이라 평가하고 추가적인 양적완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내놓지 않았다.
벤 버냉키 의장은 추가 부양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럴 여건이 아니라는 입장만 밝혔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높은 상품가격 등 일부 요인들이 최근 경제성장 둔화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하고, "이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나 일부는 좀 더 오랜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어 "출구전략 시기는 앞으로 나올 경제 지표를 주시할 것"이라며, "하지만 출구전략을 시작하는 기준점이 될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목표치를 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앞서 FOMC는 성명서를 통해 연방기금 금리를 현행대로 제로 수준에 가깝게 유지했고 올해 말이나 더 오랜 기간동안 이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연준, 경제 전망 하향 조정 "하반기부터 회복"
이번에 연준은 올해 미국의 실질 GDP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의 3.1%~3.3% 범위보다 낮은 2.7%~2.9%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또 2012년 실질 GDP성장률도 3.3%~3.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해 지난 4월의 전망치 3.5%~4.2%보다 낮춰 잡았다.
다만 연준은 미국의 경기가 예상보다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는 지난 3월 일본 재난사태에 따른 공급망 혼란과 상품가격 상승 등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어서 하반기 이후부터는 성장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ITG 투자 리서치의 스티브 블리츠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FOMC의 결정과 판단에 대해 "연준은 향후 경제가 힘든 구간을 지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연준은 관망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QE2)는 이달 말 종료하되 보유중인 채권의 만기 상환금을 채권에 재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이달 말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연준은 모두 2조 30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시장에 추가로 공급한 것이 된다.
연준의 경제전망 하향 조정 소식에 따라 뉴욕 증시는 4일간의 상승세를 접고 약세로 마감했다. 미국 국채 가격은 큰 변동이 없었고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강세로 마감했다.
웰스파고의 닉 베넨브로크 G20 외환전략 부문 대표는 "연준으로부터 추가적인 양적완화에 대한 언급은 없다"며 "이날 발표는 투자자들에게 전반적으로 실망감을 주고 있으며 이 같은 취약성 발언이 지속될 경우 달러화가 다소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그리스 문제, 최대 리스크 중 하나. 'QE3' 가능성 배제한 건 아냐
한편 버냉키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그리스 채무 위기 상황과 민간 은행권의 손실 분담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하며 미국 경제가 유럽의 위기 요인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인정했다.
버냉키 의장은 "만약 그리스 채무 사태가 원만히 봉합되지 않는다면 유럽 금융시스템과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타격받고 유럽의 정치적 통합도 위협받을 것"이라며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는 우리가 직면한 잠재적 금융리스크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종료 뒤 2년이 지났지만 경기 회복세는 실망스러운 상황이며 기업들은 고용을 늘리기를 꺼리면서 실업률은 지난 5월 9.1%를 기록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고용시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실업률이 다소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은 올해 4/4분기 미국 실업률이 평균 8.6%~8.9%로 이전 4월 전망치인 8.4%~8.7% 보다 다소 높아질 것이며 내년에는 7.8%~8.2%, 2012년에는 7.0%~7.5%로 점차 내려갈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연준은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2.3%~2.5%로 예상하고 여기에서 음식료품과 에너지 비용을 뺀 근원 개인소비지출은 1.5%~1.8%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은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1.7%~2.0% 수준에서 유지하려 하고 있지만 근원 물가 상승세로 인해 연준의 경제에 대한 추가 지원 의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
지난 1/4분기 미국 경제는 1.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올해 2/4분기 성장률은 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고용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경제 상황의 취약성이 지속될 경우 연준이 추가적인 지원 조치를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이 같은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경제가 지난해 가을과 같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버냉키 의장은 연준의 통화정책에서 '더 오랜 기간(extended period)'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해 버냉키 의장는 "그 기간이란 FOMC 회의를 최소한 2~3차례 더 개최하는 정도를 의미할 것이나 경우에 따라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캘리포니아크레딧유니온리그의 다니엘 펜로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연준 발표문에 실질적으로 놀랄 만한 내용은 아무 것도 없다"며 "고용상황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취약한 상태라는 것을 확인해주었고 이로 인해 금리는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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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