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내수 침체...회장의 위기감 이유가 있다
[뉴스핌=이강혁 기자] 10일 아침 5시30분. 동이 막 트는 이른 시간이지만 현대차그룹 서울 양재동 사옥 로비에는 임직원 10여명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10여분 뒤, 정몽구 회장의 에쿠스 차량이 사옥에 도착했다. 정 회장은 로비에서 임직원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23층 집무실로 곧장 향했다.
정 회장은 오전 6시에서 7시 사이 출근하던 것을 올해 들어 한시간 가량 앞당겼다. 유럽 재정위기 파고와 내수 침제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잠자는 시간을 더 줄인 것이다.
그는 특히, 올해 하계휴가도 가지않고 양재동 사옥과 사업장 등을 둘러보며 경영현장에서 무더위와 싸웠다고 한다.
정 회장의 이런 행보에서 현대차그룹이 현재 느끼는 위기감은 그대로 전해진다.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국내외 산적한 현안이 그의 잠자리를 편치 못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중국 기아차 공장을 방문해 생산 과정을 살펴보는 모습. /<자료사진> |
자동차는 당장 국내에서 내수침체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는게 불안하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현대차 노조의 부분파업까지 겹쳐 고민이 깊다.
단적으로, 현대차는 상반기 내수침제 직격탄을 그대로 맞으면서 전년보다 4.6%나 판매가 감소했다. 현대차 노조의 임단협 역시 하계휴가 전 타결이 무산되고 파업 움직임까지 본격화되면서 하루에 8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고스란히 회사가 떠안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한숨은 더 커진다. 상반기는 해외시장 성적이 좋아서 호실적 행진을 이어갔지만 하반기에도 이런 성장세가 이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실제 글로벌 시장의 자동차 수요는 크게 위축되는 분위기다.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시장 전반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하반기 글로벌 자동차 산업 수요를 3870만대로 예상하면서 상반기 산업수요 성장율인 7.2%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EU 지역의 자동차 산업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0.7%로 전망해 산업수요가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은 이에 따라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게 연구소의 예측이다.
여기에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과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의 경기침체까지 현실화되면서 현대차의 고전은 예상된다. 어려운 경제상황은 각 업체간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분위기는 고스란히 부품이나, 철강제철, 물류 등 수직계열화를 이룬 현대차그룹의 사업 전반에 그만큼의 무게감을 더해 우려를 깊게 만드는 분위기다.
정 회장이 출근을 앞당기면서 지속적인 위기징후에 대해 역설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타 지역으로 전이될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해외 시장별 상황변화를 감안한 차별화된 대응방안을 마련하라는 게 그가 지난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주문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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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