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화까지 정치권, 경제계 의견 철저 수렴 필요
[뉴스핌=이강혁 기자] 경제민주화 화두에서 재벌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관련 법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여당과 야당의 치열한 정책적 승부수로 이어지면서 사실상 대선의 핵심 이슈 중 하나가 된 상황이다.
각종 법안이 규제 일변도로 향하면서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등 재계 대부분의 대기업집단은 실제 법제화가 되지 않기를 손모아 바라는 분위기다.
특히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실천모임)의 재벌개혁 관련 법안은 주요 그룹 대부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돼 더욱 근심을 키운다.
새누리당 실천모임의 대표인 남경필 의원<사진 중앙>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실천모임의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관련 법안의 당내 수용을 자신했다.
이미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법안의 세부 그림을 확정한 상태에서 당과 박근혜 대선 후보의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남경필 의원은 "경제민주화는 국민이 바라는 움직일 수 없는 대선과 사회의 요구"라면서 "국민은 박근혜 대선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잘 할 것 같은 후보라고 기대하고 있는데, 국민의 기대에 부응 하려면 우리의 안을 당내에서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실천모임이 경제민주화 법안 입법화의 자신있는 움직임을 진행하면서 재계는 그간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을까 더욱 노심초사하게 됐다.
삼성, 현대차, SK 등 주요 그룹 대부분은 이 법안이 현실화되면 누구 하나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주요 그룹들이 실천모임의 관련 법안에서 고민 깊은 부분은 금융지주사법과 공정거래법의 개정이다. 세부적으로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 일감몰아주기 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 대기업집단의 구조개혁의 문제들이 핵심이다.
재계는 합당한 경영과 경제의 논리가 부족하고 합의도 없이 일방통행식의 법안을 만드는 것은 '재계 때리기'에 불과하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벌로 비유되는 대기업 집단과 그 집단의 오너만을 겨냥하는 것이 과연 초국적 기업의 경쟁과 시대상황에서 경영현실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본 것이냐는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금산분리 강화안은 단적인 사례라고 재계는 설명한다.
그중에서도 11개의 금융계열사를 가지고 삼성생명을 지배구조의 중심축에 둔 삼성그룹을 직접 겨냥한 고민없는 '표심용' 법안이라는 지적이 높다. 경제민주화 화두 자체가 경제적 약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겠다는 것인데 이를 단순하게 재벌해체의 논리에만 꿰맞추려는 사례라는 것이다.
예컨대, 실천모임의 금산분리 강화안은 재벌 소유의 제2금융권에 대한 규제가 골자다. 일반지주회사에 금융자회사 지배를 허용하되, 그 수와 규모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하겠다는 것.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재벌에 대해서는 소속 금융회사의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강화하도록 공정거래법 11조를 개정하자고 한다. 금융과 산업 자본의 방화벽을 확실하게 치자는 뜻으로 보면된다.
이럴 경우, 당장 삼성그룹은 기존의 지배구조 유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법안 대로 만들려면 삼성은 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중간산업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를 각각 만들어야 한다. 삼성의 오너에서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핵심 축에 삼성생명을 번쩍들어 빼내야하는 셈이다.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가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오너일가 등이 인수하기 위해서는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약 20조원 가까운 뭉칫돈이 투입되야 할 형편이다.
단적으로 삼성에버랜드가 19.3%의 지분율로 삼성생명과 연결돼 있다. 삼성생명은 7.4%의 지분율로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35.3% 지분율로 삼성카드와 고리를 형성한다.
삼성카드가 보유했던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은 이미 해소된 상태이지만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팔고,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부분만 놓고 봐도 수십조원의 소요비용은 불가피한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이런 방식으로 금융지주사를 만들면 삼성전자는 사실상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는 상황에 내몰린다"면서 "외국인 지분율이 현재도 50%에 육박하고 있는데 삼성생명과 분리되고 의결권이 사라지면 그만큼 적대적 M&A(인수합병) 노출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삼성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롯데그룹(10개), 한화그룹(9개), 현대차그룹(5개) 등 주요 그룹 대부분은 이 법안이 현실화되면 경영권과 함께 일부분의 지배구조 변화를 걱정해야되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기업이 신규사업 진출 일환으로 제2금융 계열사를 하는건데 이걸 막겠다는 것은 사업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외국에서도 이런 식의 금산분리는 없다"고 의견을 나타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선 후보는 이런 방향성에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남경필 의원이 이날 실천모임을 대표해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수용과 박근혜 후보의 지지를 호소한 것도 이런 이유가 커 보인다.
실천모임의 경제민주화 법안이 당과 박근혜 후보의 방향설정으로 이어지고, 야권과의 합의를 이끌내면서 실제 법제화가 될지는 아직 더 두고봐야 하는 셈이다.
한편, 실천모임은 재벌개혁에 초점을 둔 '시즌 1' 활동을 마감하고 다음주부터는 사회의 경제적 약자의 처우개선에 주안점을 둔 '시즌 2'에 돌입한다.
실천모임은 '시즌 1'의 재벌개혁 방안으로 ▲재벌총수 집행유예 차단 ▲일감몰아주기 금지 ▲신규 순환출자 금지 ▲배임ㆍ횡령시 금융사 대주주 자격박탈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민주화 1∼4호 법안을 제출했다.
다음주에는 금산분리 강화 법안을 비롯해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 혜택 제한·전속고발권 행사요건 변경 등을 포함한 공정거래법개정안을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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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