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미국 은행권으로 다시 이동하면서 이들의 시가총액이 대형 신흥시장 원자재 기업들의 두 배 수준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전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소위 ‘브릭스’ 국가들에 꽂히던 투자자들이 최근에는 미국 은행권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면서, 미 은행주 시가총액이 브릭스 원자재 기업들의 두 배로 늘어난 데서도 이를 알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주말 기준 미국 은행들의 시가총액은 2007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브릭스 국가 에너지 및 원자재 기업들의 시가총액 4320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BoA메리린치 수석투자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미국 은행권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전 세계에 호재”라면서 “미 경제, 특히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영향”이라고 말했다.
지난 2/4분기 6년래 최고치로 개선된 강력한 실적흐름 역시 미국 대형은행들의 주가를 끌어 올리는 데 한 몫 했다.
반면 페트로브라스나 로스네프트, 발레와 같은 브릭스 에너지 기업들은 금을 비롯한 상품가격 하락과 에너지 생산비용 증가 등으로 시가총액에 타격을 입었다.
올들어 MSCI 신흥시장지수가 9.6% 하락한 반면, 미국 S&P500 지수는 27% 상승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미 은행권의 반등이 2008년 신용위기 직전의 상황으로의 회귀를 의미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 금융업종 주가가 중앙은행들의 인위적인 통화완화 정책 덕분이라는 점도 우려를 자극한다는 지적이다.
에르메스의 네일 윌리엄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동성의 거대 흐름에 상당한 암초들이 숨어 있는데, 유동성이 빠져나가면 이 암초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면서 “시장은 유동성이 빠져나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고 신흥시장켓이 그 예봉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충격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중앙은행이 조만간 유동성 지원을 끊을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