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들 세금피하려 해외 축적 1.6조弗 달해..日 예대율 상승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전 세계 정부와 통화 당국의 경기 살리기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온기를 받아 이익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투자는 살아나고 있지 못하다. 금융위기에 호되게 당하고 보니 위험 회피가 최우선의 목표가 된 탓이다.
기업들이 버는 돈은 가계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데 투자에 몸을 사리면 경기가 살아나기 어렵다. 임금을 올리거나 일자리를 늘려 가계 소비를 유도해야 하는데 그런 선순환 구조가 아직 나타나고 있지 못하다. 미국이나 일본, 우리나라 모두 상황은 비슷비슷하다.
◇ 美기업들, 해외에 현금 축적..세금 피하고 투자도 보류하고
미국 기업들은 번 돈을 해외에 쌓아두고 있는 경향이 깊어지고 있다. 법인세를 피하려는 의도, 또한 불확실한 경기를 보며 투자를 꺼리려는 경향도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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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비즈니스인사이더) |
미국 기업들의 현금 보유 규모는 2007년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이에 비해 투자 규모는 제자리. 2007년 8620억달러를 투자에 썼던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엔 8690억달러를 썼다.
FT는 기술 기업들을 위시해 미국 기업들의 수익은 황금기를 보내고 있지만 투자 활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기업(금융사 제외) 보유 현금의 60%는 기술 기업들이 창출한 것이다. 이어 현금 보유가 많은 업종은 제약과 헬스케어 부문이지만 전체의 15%밖에 차지하지 않아 양극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이 불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투자가 이렇게 제자리인 것은 경제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보수적인 자금 운용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내 투자 수익률이 낮은 것도 해외 현금 보유를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런 상황은 주주 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를 부추기는 이유가 되고 있다. 주주들은 현금을 이렇게 해외로 돌리기 보다는 주주에게 배당을 더 많이 하거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올리거나 하는데 쓰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런 분위기가 깊어지면서 배당 안 하기로 유명했던 애플이 지난해엔 330억달러를 배당에 쓰기도 했다. 그렇게 쓰고도 애플엔 200억달러의 현금이 쌓여 있다.
◇ 日 예대율 상승.. 예금에 주력
일본 기업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즈호 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은행권의 예대율은 70%대. 1990년대 100%에 달했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기업들이 빚을 내서라도 투자를 하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채무를 갚고 투자보다는 예금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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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찍어 푸는 방식으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 경제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은 녹록치 않다.(출처=파이낸셜타임스) |
또한 4월1일부터 시작된 소비세율 인상 때문에 가계 소비가 줄어들 것을 우려, 정부가 나서 기업들에 임금을 올리라는 압박을 넣고 있지만 대기업이 아닌 이상 그럴 여력이 많지 않아 실제 인상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 위축으로 인한 내수 침체는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 기업들도 '더 벌고 덜 쓴다'
현금성 자산 보유가 늘기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 자금순환동향'을 보면 비금융법인의 자금부족 규모가 작년보다 줄어든 3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설비투자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자금조달 규모도 111조3000억원으로 한 해 전에 비해 25조원 줄었다. 자금을 조달하는 이유가 대개 투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줄었다는 것은 투자에 나서지 않으려는 경향이 깊어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우리 기업의 저축률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수준까지 오를 정도. 쌓이는 돈을 쓰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깊어지면서 자금의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지 않자 일부에선 기업들의 내부유보 증가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등의 방법으로 투자 확대를 촉구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물론 지나칠 경우 기업이 불필요하게 배당을 늘리거나 해서 투자 여력이 줄어들 부작용도 우려해야 한다.
하지만 가계는 가난한데 기업은 부자인 소득 격차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국민총소득(GNI) 가운데 가계소득의 비중이 61.2%로 지난 2007년 63.5%보다 떨어진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의 1인당 GNI가 전년보다 6.1% 늘어난 2만6205달러(약 2870만원)에 달했다지만 국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그러나 '더 버는' 기업은 돈을 쓰지 않는다. 지난해 설비투자는 1.5% 감소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