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향상 혁신과제 24가지, 진전 상황 보고
[뉴스핌=한기진 기자] 이광구(사진) 우리은행장이 지난주 상무부터 부행장까지 임원들을 모두 불러 경영목표 이행 집중점검 보고 방침을 주문했다.
이 행장은 회의에서 “매주, 그리고 매달 경영과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보고하라”고 했다. 이 행장은 “민영화에 성공하기 위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면서 경영과제 24가지를 주문했다.
은행 내부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를 던져주고 직원들이 정신무장을 하도록 ‘군기 잡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24가지 과제란 고객 수, 총자산, 당기순이익, 고정이하여신, 해외사업비중 등 5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나왔다.
구체적으로 올해 영업수익(당기순이익)을 최소한 ‘2조원’ 달성키로 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익은 1조3770억원이다.
우선, 여수신 규모를 10조원 확대하기 위해 신규고객을 100만명 늘리고, 이 중 활동고객은 70만명 잡았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저비용성 예금은 3조원, 우량신용대출도 1조5000억원 추가로 확대한다. 수수료 수익 확대를 위해 펀드시장 점유율을 2%포인트, 방카슈랑스는 1%포인트 확대키로 했다.
이를 위해 24개 과제를 정했는데, 주로 기술금융과 핀테크 혁신으로 금융산업을 앞서가고 금융 관행 혁신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핵심고객과 우량자산 확대로 수익성과 건전성 개선으로 연결하기로 했다.
매주 24개 과제 달성 정도를 보고받겠다는 이유에 대해 이 행장은 “기업가치를 향상하는 게 민영화를 위해서도 좋고 직원들에게도 좋다”고 설명했다고 전해진다.
이 행장의 이런 모습은 지난주 토요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현재 우리의 시장점유율이 1등이 아닌 부분도 앞으로의 증가분만큼은 반드시 1등이 돼야 한다”며 “고객관리에 철저한 스웨덴의 한델스방켄과 미국의 웰스파고 은행처럼 임직원 모두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영업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얼핏 보면 전문경영인의 실적 제일주의 경영 지시로 비친다. 그러나 그가 이런 목표와 보고를 요구한 것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이 경쟁사보다 제약이 너무 많아, 이를 타파하기 위한 고육책 측면이 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분가치가 오르면 정부가 소수지분이라도 팔 것이고 그러면 정부의 지배적 주주의 입김은 약해지고, 예금보험공사가 통제하는 MOU(경영정상화 이행약정) 족쇄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예보는 ▲BIS 기준자기자본비율 ▲총자산이익률(ROA) ▲판매관리비용률(판매관리비/(이자이익+비이자이익)) ▲1인당조정영업익 ▲순고정이하여신비율 등 5가지의 MOU 항목 목표를 매년 정해, 우리은행의 비용을 통제하고 이익달성을 요구한다.
이 중 우리은행에서 가장 큰 부담으로 여기는 것이 판매관리비용으로, 경쟁은행처럼 마케팅이나 점포 설치 등에 비용을 투입하지 못해 영업에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은행원은 맨몸으로 뛴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크다.
우리은행 모 임원은 “정부가 주요지분을 팔면 주주 영향력이 줄어 예보가 5가지 MOU 중 판관비만이라도 완화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