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日기업, 엔저 힘입고 '즐거운 비명'…경쟁력 '쑥쑥'
[편집자] 이 기사는 5월 30일 오전 10시 13분에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뉴스핌=김성수 기자] 주춤하던 일본 증시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잇달아 일본 증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증시 열기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공개한 투자보고서에서 "일본 증시의 성적은 미국과 유럽을 웃돌고 있다"며 올해 말 증시가 2만1700선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투자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위스덤트리 재팬 헤지드 에쿼티 ETF(WisdomTree Japan Hedged Equity, 종목코드: DXJ)는 이달 들어 1억9500만달러가 넘는 신규 자금이 몰려들었다.
DXJ의 수익률은 연초대비 20.76%, 지난 1년간 25.71%로 주요 일본 ETF 중에서도 으뜸을 차지한다. 하루 평균 거래량은 520만주이며 수수료율은 0.48% 수준이다.
DXJ는 닛케이225지수와 산출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DXJ의 벤치마크 지수는 위스덤트리 재팬 헤지드 에쿼티 인덱스(WisdomTree Japan Hedged Equity Index)이며, 이 지수는 384여개 일본 기업들의 수익률을 현금배당 기준으로 가중평균해서 산출하고 있다. 이는 닛케이225지수가 산술평균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또 DXJ는 닛케이225지수와 달리 캐논·도요타 등 대형 자동차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익스포저)이 많다. 그리고 일본에서 매출의 80% 이상을 내는 기업을 제외하고 있어 통신·유틸리티주는 포함하지 않고 있다.
DXJ에서 비중이 높은 종목에는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그룹 5.51% ▲도요타자동차 5.41% ▲재팬 토바코 4.15% ▲캐논 3.72% ▲미즈호 파이낸셜그룹 3.18%가 있다. 닛산자동차·혼다자동차·다케다 제약사·미쓰이앤코 등도 포트폴리오에서 각각 2~3%씩 차지하고 있다.
DXJ 종목을 비롯한 일본 기업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실적 전망이 청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일본 기업들이 엔저 효과에 힘입어 올해 주당순이익이 2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각각 8%, 5%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QE) 실시로 엔저가 장기화되면서 일본 기업들이 생산성과 구조 개선에 힘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이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엔저로 얻은 이득의 약 60%를 연구개발 등 성장성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투자하는 데 쓰고 있다. 일본 자동차 7개사는 엔저를 통해 증가한 수익이 2015년 3월기 결산 기준으로 5300억엔이 넘는다.
도요타자동차는 연구개발(R&D)비를 사상 최대 규모인 1조엔으로 확대하면서 전기차·연료전지차·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또 일본 업계에선 대규모 설비투자 없이도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조류가 자리잡고 있다. 도요타 일본 공장은 규모가 작으면서도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도장공정, 플렉서블 로봇 용접 시스템 등을 도입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지배구조 개선에도 힘쓰며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 일본 기업들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규모를 꾸준히 늘리고 있으며, 이는 전년대비 25% 증가한 16조3000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패트리샤 오이 모닝스타 선임 애널리스트는 "일본 대기업들은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해 성장성을 끌어올리는 데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DXJ는 환헷지가 돼 있어 엔저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달러/엔은 28일(한국시각) 오후 124엔을 돌파하면서 2002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