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닛케이 상승" 효력 상실…저가매수 기회 부각
일본 증시 내 전문가들은 '구로다 쇼크' 이후로는 '엔화약세=닛케이 상승'이라는 흐름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2만선 붕괴를 저가매수 기회로 여긴 개인이 외국인을 제치고 증시를 견인할 주체로 나설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1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전날보다 0.5% 하락한 122.90엔에 거래됐다. 전날 종료된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생각보다 '온건한' 입장을 펼치고 경기 전망을 하향 조정한 여파로 풀이된다.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2.7%에서 1.8~2.0%로 낮췄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연내 금리인상을 시사했지만 긴축 속도는 점진적으로 가져갈 것이며 당분간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닛케이225지수 최근 10년간 주가 추이 <출처=구글파이낸스 차트> |
◆ '엔저=닛케이 강세' 효력 소진
이날부터 이틀간 있을 일본은행(BOJ)의 정례 통화정책회의 이후 환율 흐름에도 이목이 쏠린다. 앞서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지난 10일 추가적 엔화약세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 바 있어, 구로다 총재의 기자회견 내용에 따라 또 다시 환율이 요동칠 가능성이 남아있는 까닭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야마다 슈스케 외환전략가는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지적했던 발언인만큼 구로다 총재는 질문 공세에 놓일 것"이라며 "구로다 총재가 해당 발언을 부정할 경우, 달러/엔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25엔을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미쓰시게 아키노 이치요시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일본 주식들은 엔화 약세로 수혜를 본 기업들의 실적개선이 반영된 가격"이라며 "향후 엔저가 진행되더라도 주가가 오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의 마크 챈들러 통화전략 헤드는 "달러/엔 환율과 닛케이지수의 상관계수가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 중순까지 0.90이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60거래일간은 0.19에 불과하며 향후 0.50을 넘기기도 어렵다"면서 엔화가 약세 전환해도 지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 반등 열쇠는 저가매수 노린 개미
이 외에 관망세를 유지하던 개미들이 지수 상승을 견인할 시점이 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개인과 외국인의 매매동향 및 닛케이 평균선. 파란색이 외국인 주황색이 개인. <출처=니혼게이자이신문> |
오카산 온라인증권의 이토 요시히로 수석 전략가는 "좋은 주식을 나올 때를 대비해 모인 자금이 상당하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최근들어 '외국인 순매수=개인 순매도' 관계는 흔들리고 있다. 지난 4월 한 주간 평균 8740억엔을 사들였던 외국인 순매수량은 이달 첫 주들어 평균 4000억엔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량은 외국인을 웃돈 것으로 확인됐다.
챈들러 헤드는 "BOJ가 양적완화의 일환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고 기업들이 잇따라 자사주매입에 나서는 등 일본 증시 매수 주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주식 고평가 경고등…"당분간 약세"
반면 주식이 채권 등 기타 자산에 비해 지나치게 고평가되어 있어 당분간 상승세로 돌아서긴 힘들 것이란 의견도 있다. 닛케이는 연초 대비 상승률 16%를 기록하고 있다. 이익 전망 대비 주가수준을 나타내는 주가수익배율(PER)은 16.2배로 지난 2012년 아베노믹스가 실시된 이후 최고치다.
JP모간의 나이토 미치로 주식파생상품 이사는 "과거의 경우를 보면, 일본 국채 금리가 오르면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면서도 "최근 채권금리 상승으로 인한 변동성이 주식시장의 대규모 매도를 촉발시킨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주가하락을 경계해야한다"고 분석했다.
메릴린치의 아베 켄지 증권전략가는 "토픽스 수익률은 현재 1.63%로 벤치마크 국채와의 수익률 스프레드는 6%에 머무르고 있다"며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 우려 해소시, 6%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만큼 현재 시장이 매우 고평가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