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재직하며 선거에 구청 공무원 동원한 혐의
재판부 “공무원직 유지하던 개인비서 이용해 구청공무원 도움받아”
김동식 서울시의원도 당선무효형인 벌금 400만원 선고 받아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구청 공무원을 동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겸수(60) 강북구청장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마성영 부장판사)는 2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구청장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이형석 기자 leehs@ |
박 구청장은 구청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공보물, 공약 관련 자료 등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구청 공무원들을 동원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박 구청장은 구청장직을 사퇴한 지난해 5월 11일부터 17일까지 자신의 개인비서 역할을 하던 공무원 A씨와 두 차례 이상 만났고 70회 이상 선거공약, 홍보 관련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다"며 "A씨는 공무원직을 유지하며 중간에서 구청 공무원들에게 자료를 받고 연락하는 역할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공무원직을 유지하지 않았다면 구청 공무원들이 선거자료를 줬을까라고 생각해보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A씨가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선거기획에 관여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날 공판에서 박 구청장과 같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박 구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동식(60) 서울시의원도 이날 당선무효형인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시의원은 공무원들이 작성한 사업계획서 내용이 구청 홈페이지 등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어 단순히 도와주는 차원이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공무원들이 만들어준 사업계획서를 보고 나서야 구체적인 내용을 인식했기 때문에 단순히 공무원들이 내용을 취합해서 준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서도 "강북구의회 의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했었기 때문에 예산 확보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예산을 확보했다고 표현한 것은 명백히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서울시의원 선거를 앞두고 구청과 구의회 공무원들에게 도움을 받은 혐의와 함께 공보물에 "수유 3동 주민센터 복합청사 건립 예산을 확보했다"며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법원은 또 대학 연구원 B씨로 하여금 강북구청 공무원과 연결해 시군의원 출마자들의 공약 실현 가능성을 검토했다는 혐의를 받는 천준호(48) 더불어민주당 강북구갑 지역위원장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B씨도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선거 관련 문서 제작 등 작업을 지시하고 수행했던 강북구청 공무원 5명에게도 모두 벌금형을 선고했다. 반면 강북구의회 공무원 1명은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도움이 아니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북구청 공무원들은 국민의 봉사자라는 직분을 망각해 정치적 중립을 신뢰하는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준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