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직무유기죄로 처벌할 정도는 아냐"…무죄 확정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축산분뇨공공처리시설(축분장)이 당초 신고된 설계도면과 다르게 설계되고 있다는 민원신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이 무죄를 확정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충남 보령시청 공무원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건축신고업무를 담당했던 2017년 10월부터 이듬해 12월 28일경까지 4차례에 걸쳐 '한 축분장이 기존 설계도와 다르게 시공 중'이라는 제보를 받았다. 당초 해당 축분장이 당국에 신고한 설계도상에는 기존 건물과 증축건물이 붙어있지만, 실제는 떨어져서 시공되고 있고 자신의 땅의 경계를 침범했음에도 이에 대한 별도의 신고 없이 사용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A씨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민원인이 '자신 소유의 토지 경계를 침범하였으니 추후 사용승인하지 말아달라'는 민원만 했을 뿐이고 기존 설계와 달리 시공되고 있다는 민원은 들은 바가 없고, 설계 사무소에 확인해보라는 전화를 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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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은 "민원인이 시청을 방문했을 때 가져온 현장사진과 도면 등으로 설계도면과 달리 시공되고 있음을 확인했거나 적어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현장을 확인하거나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등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가를 취득하거나 이득을 얻을 의도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 공무원으로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 기회까지 박탈하는 것은 다소 가혹하다고 판단된다"며 형을 선고 유예했다.
반면 2심은 "직무유기죄에서 정하는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며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A씨가 건축사 사무소 직원에게 전화해 위법 사항은 없는지 확인해 조치하라고 통보했고, 해당 직원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증축건물이 경계를 침범한 것은 아니고 민법상 이격거리 50cm가 충족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민원인의 허가가 있으면 사용승인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보고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나름대로 피고인은 자신이 이해한 민원 취지 대로 업무를 처리하고자 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구두에 의한 민원을 들은 후 조속하게 현장에 가서 확인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인사이동으로 인해 피고인의 업무가 후임자에게 이관되어 처리할 수 있는 기간이 넉넉하지 않은 점 업무강도와 업무관행 등을 볼 때 민원인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을지언정 의식적으로 관련 업무를 방임하거나 포기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