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되면 실제 상장폐지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트러블메이커' 남양유업이 이번엔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위기에 처하면서 주주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와의 경영권 매각 계약을 번복한 남양유업에 대해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남양유업은 오는 10일까지 이의신청을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지현 자본시장부 기자 |
지난 5월 홍원식 회장은 눈물의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지를 밝힌 후 남양유업은 홍 회장 외 2인 등 최대주주가 보유한 회사 지분 전부를 한앤컴퍼니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약속된 대금지급 기한은 8월 31일. 매각 절차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건 남양유업이 7월 30일 예정이었던 이사회를 갑작스럽게 연기하면서다. 이후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가 각각 법률대리인을 선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결국 매매계약 종결일 다음날인 9월 1일이 되어서야 남양유업은 한앤컴퍼니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공시했다.
회사의 무책임한 공시 번복으로 피해를 입은 건 결국 주주들이었다. 지분 매각계약을 체결하고 철회되기 까지 3개월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남양유업 주주들은 뇌피셜에 의존해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홍 회장의 사퇴 약속을 믿고 기다렸던 투자자들에게 남은 건 추풍낙엽처럼 급락한 주가였다. 지난 7월 1일 81만3000원(장중가)까지 치솟았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해 40만원대로 고꾸라졌다.
정작 회사는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된다고 해도 반드시 제재를 받는 건 아니다.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될 경우 고의나 과실 정도에 따라 벌점이 최대 10점까지 부여되는데, 과거 1년 이내 누적 벌점이 15점을 넘으면 상장 폐지 심사 대상이 된다. 혹은 일정요건을 부합하면 벌점을 받는 대신 제재금을 지불할 수도 있다.
중요한 투자 정보를 알리지 않거나 거짓 공시를 내고 몰래 발빼는 행위에 투자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공시위반에 해당하진 않지만 기업의 불리한 사항을 연휴 직전 장 마감 직후에 올리는 올빼미 공시 역시 투자자들을 기만하는 행태다. 국내 증시에서 공시 위반 사례는 꾸준히 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공시위반 기업은 2016년 73개에서 2020년 114개로 증가했으며 올해 들어선 이미 72개 기업(8월말 기준)이 공시규정을 위반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불량 공시와 이에 따른 투자자들의 적잖은 피해를 감안한다면 하루빨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기술특례상장법인이나 역외 지주회사의 공시내용을 강화하는 한편, 중소형 기업들의 부담을 경감하고자 분기보고서 공시항목을 40%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 또한 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공시체계 구축 컨설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약속한 조치들의 이행과 함께 상장사들의 자발적인 책임 공시를 위해 인센티브를 확대 지급하거나 거래소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조치도 함께 시행되어야 한다. 이제 개인투자자 1000만 시대다. 기업공시는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소통창구로 관리돼야 한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정보 공유의 필요성은 한층 더 커진다. 더 이상 투자자들이 상장사들의 불량 공시에 우는 일은 없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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