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맥주, 지난 2월 후 최고 상승률
제조사 출고가 인상 따라…시민들 "이대로면 만원 금방"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저 대학교 1학년 때만 해도 소주는 3000원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2배로 뛰었잖아요. 이래서는 송년회 못하죠"
경기 판교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한모(33) 씨는 연말을 맞아 술자리 약속을 잡고 있지만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주류 물가에 주춤할 때가 많다. 그는 "연말은 모처럼 다 같이 모여 훈훈하게 한잔하는 맛이 있는데 술값이 이렇게 올라버리면 나라에서 코로나 때처럼 모임 금지한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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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맥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2.45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의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2월(5.9%) 이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맥주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7.0%에서 2월 5.9%, 3월 3.6%, 4월 0.7%로 둔화했다가 10월에도 1.0%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달 5%대로 다시 대폭 높아졌다.
같은 기간 소주 물가 상승률 또한 올해 2월 8.6%에서 3월 1.4%로 하락한 뒤 4∼10월까지 0%대를 유지해 오다 지난달 4.7% 올라 2월 이후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맥주·소주 물가 상승세는 주류 제조사들의 출고가 인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등 주요 제조사들은 지난 10월경부터 맥주 제품 공장 출고 가격을 평균 6.8%~6.9%가량 인상했다.
출고가 인상은 통상 대형마트, 슈퍼, 편의점 등 유통 채널을 거치며 차례로 적용된다. 이에 종국적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연말을 맞아 술자리가 잦은 마당에 주류 가격 상승 소식이 들리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커뮤니티 등에는 "(가격이) 5000원으로 오른지 얼마나 됐다고 또 오르는거냐", "소주 맥주 가격이 이젠 위스키나 와인 가격과 큰 차이도 안 날 것 같다. 무슨 고급 술이라고", "이대로면 만원은 금방일 것"이라는 등 부정적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술을 즐기지 않는 소비자들 중심으로는 "술을 안 마셔도 모임에 나가서 더치페이(비용을 각자 서로 부담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를 했었는데 이젠 모임도 못 나갈 것 같다", "술 먹는 모임은 빼고 점심 약속만 잡아야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술값 상승 이유에 대해 묻는 질문에 "연말 특수를 노린 게 아니라 원자재, 인건비 등 가격 인상 요인이 많았는데 정부의 압박으로 억제했던 것이 최근 드러나는 것"이라며 "출고가는 오른 금액을 감안해 최소한으로 올린 것이고, 개별적으로 업장에서 올리는 금액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