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신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보호사 3282명
보호사, 면허·자격증 없고 채용기준도 없어 논란
무리한 환자 강박·폭행에 사망사건 잇따라 발생
인권위, 7년 전 지적…복지부 수용하겠다며 외면
김예지 의원 "보호사 자격기준 입법 마련할 것"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의료인과 달리 자격·면허없이 채용되는 정신질환치료보조원(보호사) 채용률이 3년 새 13% 증가했다.
문제는 보호사 등으로 인한 장시간 강박으로 환자 사망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에도 수용 의사만 밝혔을 뿐 7년째 채용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 보호사 종사자 3000명대 활동…자격기준 없어 부작용
3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보호사는 2020년 2904명에서 2023년 3282명으로 13% 증가했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환자 관리 업무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맡도록 규정된다. 그러나 정신의료기관 현장에선 보호사가 의사와 간호사를 보조해 환자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특히 보호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지시 하에 환자에 대한 격리·강박 조치를 직접 실행해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정신의료기관 직무별 현황에 따르면 보호사는 정신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다른 직역 군 중 증가율이 가장 빠르다. 정신과 의사는 2020년 4160명에서 2023년 4559명으로 9.6% 증가했다. 사회복지사는 2020년 1297명에서 2023년 1357명으로 4.6% 늘었다. 간호조무사는 2020년 6042명에서 2023년 6055명으로 0.2% 증가했다. 반면 간호사는 2020년 6759명에서 2023년 6584명으로 2.6% 감소했다.
문제는 환자를 격리·강박하는 보호사는 다른 직역과 달리 특수 행위를 행하도록 허가하는 면허나 자격시험을 보지 않아 전문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법 또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등 어떤 법에서도 보호사에 대한 역할과 자격에 대한 근거와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보호사의 보유 현황 질의에 대해 "치료보조원(보호사)은 정신의료기관 내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지시에 따라 정신질환자를 보살피고 있는데 목욕 등 생활 지원, 치료 활동지원, 자해행위 제지, 병실 청소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며 "치료보조원에 대한 별도의 자격‧교육 기준은 없다"고 답변했다.
◆ 복지부, 채용기준 마련 외면…사망사건 현황 파악도 못해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과 의료기사는 자질 향상을 위해 보수교육과 인권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보호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탓에 보호사가 받는 교육은 인권 교육뿐이다. 인권 교육마저도 연 4시간만 받으면 된다.
보호사의 전문성이 부재는 환자의 부당한 강박 또는 사망을 초래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2019~2022년 사이 정신의료기관 내 격리 또는 신체적 억압으로 인한 사망 등의 인권침해 사건 결정례는 총 22건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격리·강박으로 인한 사망 사건에 대한 기록이나 자료를 조사하지 있지 않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태권도진흥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 한국체육산업개발(주), 스포츠윤리센터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2023.10.24 leehs@newspim.com |
인권위는 지난 2018년 복지부에 보호사의 자격요건 규정과 인력 관리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당시 보호사의 자격과 관리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7년째 보호사 자격과 관리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인권위는 당시 "보호사의 역할과 자격에 대한 근거나 규정이 어디에도 없는 관계로 일관된 채용 기준 없이 정신의료기관별로 임의로 채용하고 있다"며 "보호사에 의한 환자의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에서 보호사의 역할과 자격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노인요양보호사 등 유사 제도를 참고해 자격 기준과 관리 방안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도 밝혔다.
김 의원은 "정신의료기관에서 보호사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복지부는 보호사의 자격 기준뿐 아니라 성별 정보도 관리하지 않아 보호사의 전문성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김 의원은 "입원환자들이 보호사로부터 더 이상 강압적인 관리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보호사들도 전문성을 인정받아 일할 수 있도록 입법을 통해 보호사 자격 기준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