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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②대한민국 보수의 재건과 미래

기사입력 : 2025년07월12일 07:01

최종수정 : 2025년07월12일 07:01

한국 보수의 기원과 탈선

대한민국의 보수정당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국가적 위기 속에서 등장했다. 해방 직후, 혼란한 국제 정세와 남북 분단이라는 격변의 시대에 보수의 정치적 과제는 뚜렷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수립, 공산주의의 확산 차단, 법치주의와 사적 재산의 보호, 그리고 경제적 기반 마련이었다.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공화당, 전두환의 민주정의당은 각각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국가를 통치했으며, 특히 산업화와 국가안보라는 의제에서 보수정치는 주도적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권위주의, 반민주주의, 지역주의의 폐단도 함께 축적되었다. 이러한 흠집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 구축과 경제성장의 엔진은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의 가장 큰 업적이자 지금 대한민국의 핵심역량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보수는 민정당, 민주자유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형성했다. 특히 김영삼 정부 이후 보수는 자유주의와 세계화의 흐름을 일정 부분 수용하며 '중도 실용적 보수'를 표방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보수는 금융자본에 우호적이고 대기업 중심의 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 노동계층과의 괴리를 심화시켰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보수정당은 정치적 리더십 부재와 이념적 퇴조로 인해 정체성을 상실해 갔다.

박근혜 정부의 탄핵은 한국 보수정치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시위는 보수가 더 이상 국민과의 신뢰를 유지하지 못하고, 권력 자체의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폐쇄적인 정치로 전락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단지 개인의 부패 때문이 아니라, 보수가 철학과 미래 비전을 상실한 결과였다. 이를 두고 일부 학자들은 "한국 보수정당은 자유주의가 아니라 반공과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치적 카르텔이었다"고 지적한다(강원택, 『한국 보수주의의 구조와 한계』).

이후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와 당 지도부 교체를 반복하며 외형적인 정비를 시도했으나, 청년세대와 수도권 유권자의 외면은 계속되었다. 이념적 공백과 반공·반페미니즘 정서만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고, 윤리적 위기와 내부 분열 그리고 계엄선포는 '보수'라는 이름의 상징성을 재기불능 상태로 내 몰았다.

보수가 회복해야 할 가치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이 아니라, 시대의 가치와 원칙을 수호하고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는 철학이다. 보수는 절대로 과거의 반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보수의 진정한 유산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책임의 형태를 기꺼이 감당하는 자세이다. 『보수주의의 정신(The Conservative Mind)』에서 러셀 커크는 "보수는 실현 가능한 것에 도덕성을 부여하고, 그것을 오랜 공동체의 경험과 결합시키는 정치"라고 했다. 한국 보수정당은 이 철학으로 되돌아가야만 진정한 회복이 가능하다.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재석의원 299명 중 찬성 234 명, 반대 56 명, 기권 2명, 무효 7명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몰락에서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기까지, 캐나다 진보보수당의 사례

보수정당의 몰락과 부활이라는 경험은 캐나다에서도 극적으로 나타난다. 1993년 총선에서 당시 캐나다 진보보수당(Progressive Conservative Party)은 킴 캠벨(Kim Campbell) 총리 하에서 역사상 가장 참담한 패배를 겪었다. 선거 전까지 156석을 보유하던 이 정당은 단 2석만을 남기며 사실상 괴멸에 가까운 결과를 맞이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이 비극적 패배의 전조는 당권 교체 과정에서 이미 드러났다. 브라이언 멀로니(Brian Mulroney) 총리는 1984년과 1988년 연속 총선 승리로 장기 집권을 이어왔으나, 1990년대 초에 이르러 그의 정부는 정치적·경제적 위기로 국민적 신뢰를 상실하고 있었다. 멀로니는 자유무역협정 체결, 재정적자 누적, 물품서비스세(GST) 도입, 퀘벡 민족주의에 대한 미흡한 대응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했고, 여론조사 지지율은 한때 15%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93년 2월, 멀로니는 총리직과 당 대표직에서 사임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진보보수당은 지도부 선출을 위한 경선을 실시했고, 외무장관 출신이자 당시 46세였던 킴 캠벨이 5차 투표 끝에 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그녀는 캐나다 역사상 첫 여성 총리이자 진보보수당 최초의 여성 지도자로 주목을 받았으며, 신선한 이미지와 개혁적 메시지로 초기에는 지지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당 내부의 구조적 피로감, 멀로니 정책 유산과의 단절 실패, 대중과의 소통 미숙, 선거 준비 부족 등으로 인해 리더십 기반은 취약했다. 그녀가 공식적으로 총리직을 맡은 것은 1993년 6월이었으며, 불과 넉 달 뒤인 10월에 총선을 치러야 하는 일정이 결정되면서 준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데이비드 맥클로린 (David McLaughlin) 의 책『독이 든 성배: 토리당은 어떻게 자멸했는가(Poisoned Chalice: How the Tories Self Destructed)』 (1994)에서 진보보수당은 20세기 중반부터 캐나다 보수주의의 대표 정당으로, 고전적 자유주의, 재정 보수주의, 국가통합, 연방주의, 친기업 정책 등을 핵심 가치로 성장했다고 기술한다. 진보보수당은 상류 중산층, 앵글로-캐나다 유권자, 퀘벡 내 연방주의자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왔으며, 1980년대 브라이언 멀로니(Brian Mulroney) 총리 시절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통해 대외경제 개방과 친미 외교를 추진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동시에 캐나다 내 제조업 기반 약화, 실업률 상승, 퀘벡의 민족주의 강화 등 부작용을 낳으며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초래했다.

선거패배 이후 보수세력은 완전히 해체되지 않고, 점진적 재편을 통해 정치적 재기를 꾀했다. 2003년, 진보보수당과 캐나다 개혁당(Reform Party)이 합당하여 새로운 '캐나다 보수당(Conservative Party of Canada)'을 결성했다. 이 통합은 지역 기반의 분산과 이념적 균열을 극복하고, 대중 정당으로의 정비를 가능케 했다. 2006년 총선에서 스티븐 하퍼(Stephen Harper)가 이끄는 보수당은 자유당의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 부패 스캔들, 세금 문제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기회로 삼아 집권에 성공했다.

하퍼 정권은 재정 균형, 감세, 범죄대응 강화, 군비 증강 등 보수적 의제를 실용주의적 언어로 포장했고, 온건한 중도층까지 아우르는 정책 조율로 안정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상대적으로 안정된 금융 감독체계를 유지하면서 캐나다 경제를 선진국 중 가장 빠르게 회복시킨 점은 유권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하퍼는 보수주의를 단지 이념의 틀로 환원시키지 않고, 정부 운영 능력과 경제 안정성의 근거로 실천함으로써 장기 집권(2006–2015)을 가능케 했다.

이 사례는 보수정당이 단순히 전통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중과의 신뢰 회복, 정당 내부 통합, 실용적 개혁을 통해 얼마든지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패의 경험이 곧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보수는 위기를 통해 체질을 바꾸고,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스웨덴 보수의 재건에서 배울 점

북유럽 보수정당의 사례로서 스웨덴 보수당의 라인펠트 정부는 일자리 중심의 복지 전략을 통해 보수의 실용적 전환을 이끌어냈다. 2006년 스웨덴 보수당(Moderaterna)은 '새로운 보수(The New Moderates)'라는 기치를 내걸고 총선에서 승리하며 12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프레드리크 라인펠트(Fredrik Reinfeldt) 보수당 대표는 총선에서 "좋은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라는 은유적 레토릭을 통해, 전통적 복지국가가 직면한 의존성 문제를 해결하고 복지국가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선거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자신들의 정당이 "진정한 노동자를 위한 보수 정당"임을 강조하며, 좌파정당과는 다른 방식의 연대정치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집권기간 동안 보수당이 이끈 우파연립정부는 'Arbetslinjen(노동의 노선)'이라는 이름으로 실업 수당 확대보다 취업 유인을 강화하고 고용 창출을 국가복지의 핵심으로 삼는 전략을 추진하였다. 정책적으로는 중·저소득층 세제 감면을 통해 실질소득을 높이고, 장기 실업자에게는 훈련과 인턴십을 제공하는 'Phase 3 프로그램'을 도입해 노동시장 재진입을 유도했다. 의료·교육·보육 등 공공서비스에도 민간경쟁을 도입하여 효율성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높였고, 소규모 자영업자와 창업자를 위한 세금 혜택과 규제 완화 정책도 함께 추진되었다. 이러한 개혁은 복지국가를 해체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형태로 재설계하고자 한 시도였다.

라인펠트 정부는 국가의 개입보다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개혁을 추진했다. 공공의료와 교육서비스에도 경쟁과 선택권을 도입하고, 소규모 창업자와 자영업자를 위한 세제 혜택과 행정 간소화 정책을 통해 일자리 창출의 다양성을 도모했다. 동시에 실업급여와 사회보장제도를 개편해 근로유인을 강화하였고, 공공 부문의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한 민간위탁 확대를 통해 복지국가를 보다 역동적으로 재조정했다.

그 결과 라인펠트 집권기(2006~2014) 동안 스웨덴의 일자리는 30만 개 이상 증가했고, GDP는 12.6% 성장했으며, 가처분소득은 평균 20% 이상 증가하였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스웨덴은 유럽 국가 중 가장 빠른 경기 회복을 기록했고, 재정흑자와 낮은 국가부채를 유지하며 경제적 안정성과 신뢰를 회복했다. 이러한 성과는 린드홀름(Anders Lindbom)이 『The Swedish Conservative Party and the Welfare State』(2008)에서 평가했듯, 보수정당이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편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스웨덴 신보수당은 일자리 중심의 실용복지 전략을 통해 청년과 중산층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고, 2010년 총선에서도 재집권에 성공하였다. 이 사례는 한국 보수정당이 단지 이념적 보수에 머무르지 않고, 일자리 창출을 통한 생활밀착형 과제에 실용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벤치마킹 모델이다.

③편에 계속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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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0일 2차 소비쿠폰 기준 나온다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행정안전부가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기준을 이르면 내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상위 10% 구분 기준은 부동산 및 금융소득 등을 살펴 이달 중 기준 수립 준비에 나선다.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8일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에서 열린 민생회복 소비쿠폰 간담회에서 "9월 10일 정도에 2차 (소비쿠폰) 기준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실장에 따르면 2차 지급 기준 준비는 이달 중 시작된다. 그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을 만나 기준을 짜야 한다"며 "2021년 사례를 보면 1인가구는 특례를 가산했고, 맞벌이가구는 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류기찬 인턴기자 = 한국신용데이터(KCD)가 4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카드 매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된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자영업자 매출 증감률은 전주 대비 평균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매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5.08.04 ryuchan0925@newspim.com 한 실장은 "고액 자산가인데 건보료만 적게 내는 경우도 있다"며 "(행안부의) 부동산 데이터나 국세청 금융소득 데이터를 활용해 직장 가입자 중 고액 자산가를 선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소비쿠폰 지급 현황에 따르면 전체 신청자는 4818만명으로, 전체 지급대상자의 95.2%가 신청을 마쳤다. 지급액은 8조7232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용 현황은 신용·체크카드 지급액 5조8608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3조404억원(51.9%)이 소비됐다. 이날 처음 공개된 지역별 신용·체크카드 소비율을 보면 서울보다 지역이 높은 편이었다. 제주가 57.2%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인천 54.7%, 울산 54.6%, 광주 54.5%, 충북 54.1%, 대전 54.0%, 부산 53.7% 등이었다. 한 실장은 "비수도권에 3만원·5만원 더 준 부분도 있지만, 지역 영세소상공인 매출로 이어져 의미 있는 숫자"라며 "10%포인트(p) 차이는 아니지만 2~3%p라도 높은 것은 그만큼 비수도권이 어려웠다는 방증이자 (소비쿠폰이) 사용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2차 소비쿠폰 지급을 위한 예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실장은 "사업 전체 13조9000억원 가운데 1조8000억원만 지방(예산)이고 나머지 12조1000억원가량이 국비다"라며 "(국비에서) 8조1000억원을 먼저 내렸고, 기획재정부 협조를 구해 이달 중순 정도에 4조1000억원을 조속하게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료=행정안전부] 2025.08.08 sheep@newspim.com 한 실장은 "(소비쿠폰 2차 지급에 앞서) 지방채 발행이 필요 충분 조건은 아니고 충분조건 정도 될 것"이라며 "(지방재정법 통과는) 9월 본회의까지 하도록 목표를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는 민생쿠폰 관련 연구용역 예산 2억원도 담겼다. 소비쿠폰 등 현금성 지원에 대한 효과를 철저하게 분석한다는 취지다. 한 실장은 "민생쿠폰 추경에 연구용역비 2억원이 담겼다"며 "과거 2020~2021년 효과가 있냐 없냐 등 많은 비판이 있었다. 연구 용역을 제대로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세정책연구원이나 KDI 등과 연구한다는 것이 행안부 현재 계획이다. 행안부는 하나로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이날 밝혔다. 그간 도서산간지역 소비쿠폰 사용처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한 실장은 "면 단위에서 동네에 마트 등이 전혀 없는 경우가 있어 하나로마트 121곳에서 현재 사용 가능하다"면서도 "현장을 가 보니 마트가 있어도 너무 영세해 고기나 채소 등 신선식품을 사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현재 시장·군수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하고 있고, 빠른 시일 내로 하나로마트 사용처를 추가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실장은 또 "추가 소비 진작 대책을 관계부처와 많이 만들고 있다"며 "행안부는 수도권 기업, 공기업, 관공서 등과 비수도권 간 자매결연을 맺는 소비진작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sheep@newspim.com 2025-08-0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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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은행권 또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감축 취지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출 안 내준단 은행에… 집주인·세입자 모두 '망연자실' 8일 금융권은 이번 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을 막기로 했다. 집주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는 대신 나오는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본래 수도권을 대상으로만 금지했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보다 하루 빠른 이달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7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386억원으로 전월(6조7536억원)보다 38.7% 줄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이지만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은행 대출 문까지 막히면서 입주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출이 많이 껴있는 집이나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도 대출이 안 나와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를 받는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일이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467건으로 전년 동기(2만6512건) 대비 11.5% 감소했다.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546건으로 전월(1만2120건) 대비 21%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한 달 사이 333만원 올랐다. 전년 동기(5억 3167만 원)와 비교하면 6.0% 뛰었다. ◆ "돈도 매물도 없다" 갈 곳 없는 세입자, 월세로 눈 돌려 6.27 대출규제에 정책대출 감축 내용도 포함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도 줄었다. 상품에 따라 상한선이 최소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예비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 입장에선 이번 규제가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 "정책대출이 줄어들면 장기 저리 대출 수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과 주택 구입이 더 멀어지며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셋값이 오르고 자금줄은 막힌 이중고 속에서 집을 구하긴 해야 하니 반전세나 월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2.2%(5555건 중 2345건)으로 전년 동기(41.5%)보다 0.7%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추가 대책이 적절히 마련돼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나 세금 관련 규제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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