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은행(BOJ)이 1일 발표한 9월 전국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에서, 대기업 제조업의 경기판단지수(DI)는 +14로 나타났다. 전회 6월 조사(+13)에서 개선돼 2분기 연속 상승했다.
대기업 비제조업은 +34로 6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번 조사에는 전체 기업의 99%가 응답했으며, 70%가량은 9월 10일까지 답변을 마쳤다.
단칸은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을 "좋다"와 "나쁘다"로 나누어 그 차이를 지수화한 것이다. 이번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미일 합의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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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낙의 산업용 로봇 공장. [사진=뉴스핌DB] |
◆ 당초 시장 예상보다 개선된 결과
민간 이코노미스트들은 제조업은 개선·비제조업은 소폭 악화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제조업 개선·비제조업 보합으로 나왔다.
대기업 제조업에서는 미일 관세 협상으로 불확실성이 낮아지고, 원가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전가하는 움직임이 확산된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가 2포인트 개선돼 +10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4일, 일본산 자동차에 부과된 27.5%의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통령령에 서명했고, 16일부터 적용이 시작됐다. 범용기계도 4포인트 개선해 +27을 기록했다.
반면 철강은 11포인트 하락해 –14, 종이·펄프도 3포인트 악화해 +26에 머물렀다. BOJ 관계자는 "미국 통상 정책이 기업 심리에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동시에 주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비제조업에서는 건설과 정보서비스, 전기·가스 분야가 개선됐지만, 인바운드 수요 둔화와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숙박·음식 서비스는 19포인트 급락해 +26으로 악화했다.
기업들의 물가 전망은 전 규모·전 산업 기준으로 1년 후 2.4%, 3년 후 2.4%로 전회와 동일했으며, 5년 후는 0.1%포인트 오른 2.4%로 나타났다.
2025년도 설비 투자 계획은 대기업 전 산업 기준 전년 대비 12.5% 증가로, 시장 예상(11.3% 증가)을 웃돌았다. 사업 계획의 전제가 되는 2025년도 환율 전망은 1달러=145.68엔으로, 전회 조사보다 소폭 엔고 방향으로 수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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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 본청 앞에 걸린 일장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 BOJ 정책 조정 시계 한층 빨라질 것
이번 단칸 결과는 미국과의 관세 합의 이후 불확실성 완화에도 불구하고, 업종별로는 양극화된 흐름을 보였다. 다만 기업 심리가 전반적으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며 크게 흔들리지 않은 점은 최근 고조되고 있는 BOJ의 조기 금리 인상 관측을 뒷받침하는 재료로 평가된다.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단칸 발표 직후 달러당 147엔대 후반까지 상승했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일정 기간 교환하는 익일물 금리스왑(OIS) 시장에서는 BOJ가 10월 말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확률이 약 67%로 올라섰다.
BOJ는 9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5%로 동결했지만, 일부 심의위원들이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내부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단칸이 "적어도 인상을 막을 요인은 아니다"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BOJ의 정책 조정 시계는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