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얼률 8.2% 3년래 최저치 기록…4월 주목
[뉴스핌=김사헌 기자] 지난 3월 미국 고용시장은 비농업부문에 신규일자리를 12만 개 추가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저조한 것으로, 당초 20만 개 수준의 일자리 증가세를 기대했던 금융시장이나 경제전문가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실업률이 8.2%로 소폭 하락하며 3년래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일자리 찾기를 포기한 사람들이 늘어나서 그렇다는 지적이다.
6일 성금요일로 미국 증시는 쉬어갔지만 시카고상품거래소의 S&P500 지수선물은 15.3포인트 하락한 1374.90을 기록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05%까지 12bp나 급락한 가운데 달러화는 엔화 대비로 1% 가까이 약세를 보였다.
출처: 미국 노동부 외.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재인용 |
일자리 회복세가 주춤한 것은 미국 대선 주자들에게 중요한 일이다. 재선을 노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곧바로 "굴곡이 있기는 하지만 그 동안 일자리는 많이 늘었다"는 점을 강조했고,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 미트 롬니는 "노동력인구가 줄고 고용이 정체를 보였다"며 "미국인들은 오바마 경제정책에 너무 많은 비용을 내고 있다"고 공격에 나섰다.
◆ 대선 키워드지만...버냉키는 한숨 돌렸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결과에 크게 낙담하거나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회복 추세에 일시적인 구멍이 발생했지만 여전히 올해 고용시장 회복 전망은 낙관적이란 얘기다.
특히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이미 3월에는 고용 회복 추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사전에 예고한 만큼, 이렇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몰랐냐는 지적도 나온다. 부시 행정부의 재무부 차관을 지낸 필립 스와젤 메릴랜드대 교수는 "어쨌거나 연준으로서는 내부의 이견을 감안할 때 당분간 완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데 좀 더 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비록 회복세로 가는 길에 구덩이가 여기저기 움푹 패여있기 때문에 우회가 필요하지만, 회복의 여정이 끝날 조짐은 없다.
따라서 3월 고용지표만 가지고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양적완화(QE3)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보는 것은 힘들며, 다만 일부 강세론자들에게는 고용이나 경기 회복세가 순탄치 않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역할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웰스파고 증권의 존 실비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 정도 지표로 4월 24~25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자산매입을 결의하긴 힘들 것"이라면서, "아마도 4월과 5월 지표까지 나빠져야 6월 회의 때 제3차 양적완화가 결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한달 지표 변화에 연준이 반사적인 대응에 나설 수는 없다"면서도 "이번 결과는 연준 내 강경파에게 미국 경제가 아직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일깨울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앞서 "최근 고용 회복세는 주로 위기 동안 과도한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들이 이를 만회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추가적인 정상화를 위해서는 좀더 강력한 경제성장이 필요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더구나 1월과 2월 고용지표가 온화한 날씨로 인한 일시 변수에 영향을 받았고, 3월에는 이런 요인이 빠져나갔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래서 1분기 지표를 묶어서 액면으로 보면 그리 나쁘지 않다. 지표의 변동성을 감안해 최근 3개월 평균으로 보면 21만 2000개씩 월 일자리가 늘어났고, 또 근로시간도 분기에 3.7%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IHI글로벌 인사이트의 니겔 골트는 "1월과 2월은 고용시장에 흐르는 회복 추세를 과대 평가한 반면, 3월은 과소평가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변동성 심한 일자리 지표.. 세부지표 변화도 점검했니?
원래 월별 일자리 증가 규모는 나중에 수정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위나 아래 쪽으로 최대 10만 개 정도는 수정되곤 한다. 일례로 지난해 8월 일자리는 당초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나중에 8만 5000개나 증가했다고 수정되었다.
고용보고서의 전체적인 그림과 함께 세부적인 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3월에 미국 민간고용은 12만 1000개 늘어났다. 이 중에서 대부분은 민간 서비스 일자리로, 9만 개 수준이다. 특히 기업서비스 쪽이 3만 1000개, 교육과 보건에서 3만 7000개 그리고 레저 및 숙박에서 3만 9000개 등의 일자리 증가세를 보였다. 이들 분야의 일자리 증가세는 최근 몇달 추세에 비해서는 완만한 것이다.
특히 소매업 일자리가 3만 4000개 줄어든 가운데, 임시직 고용이 7500개 감소했다. 2월에 임시직 고용이 5만 5000개나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제조업부문의 일자리는 3만 1000개 늘어났다. 건설부문 일자리가 7000개 줄어들었는데, 이 역시 레저 및 숙박업종과 함께 겨울 날씨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1000개 줄어드는데 그쳤다. 최근 공공부문 일자리 감소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 하락은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노동력인구의 감소세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노동력인구가 증가했으나 역시 정상적인 성장 환경일 때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분석가는 "노동력인구의 감소로 인해 참여율은 63.8%로 약간 낮아졌다"면서, "다행인 것은 실직자 규모가 줄고 자발적실업이 증가했다는 것과 구직을 포기한 사람의 수도 줄어들었으며 원하는 것보다 적은 시간을 일하는 사람들의 수도 감소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BTIG의 댄 그린하우스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논의할 때 자산가격이나 인플레이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고용시장의 이 같은 문제에 지원을 할 수 있는지 여부도 고려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시간당 임금이 연준의 인플레 목표치인 2%보다 높은 2.1% 증가한 것은 주목되는 지점이다.
이런 세부적인 지점을 검토할 경우 3월 고용보고서 결과가 생각보다 약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연준의 강한 추가 완화정책을 기대할 정도의 요인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중요한 것은 과연 전 세계 경기 둔화나 금융시장의 위기 재발 가능성 속에서도 미국 고용시장의 회복세가 얼마나 지속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인데, 이런 면에서 볼 때 3월 고용보고서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MFR의 조슈아 샤피로는 "이례적으로 온난했던 겨울 날씨와 함께 올 겨울 지표는 평년에 비해 계절조정치를 과도하게 했던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약 이 판단이 맞는다면 봄에서 여름까지 지표는 좋지 않게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3월 둔화 양상이 일시적일 가능성도 있는데 이럴 경우 4월 고용은 다시 강력하게 나와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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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