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사모펀드 실버 레이크 매니지먼트가 컴퓨터 업체 델을 244억달러에 인수하는 데 성공한 데 따라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대형 기업 인수합병(M&A)이 회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실버 레이크와 창업자 마이클 델은 차입매수(LBO)를 통해 델을 인수했다.
인수 규모는 244억달러로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제공한 가운데 실버 레이크는 현금과 채권 발행을 통해 인수 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이번 LBO가 성사된 데 따라 사모펀드 업계의 기업 인수가 꼬리를 물 것으로 업계 전문가는 내다봤다.
오닐 앤 파트너스의 데빈 라이언 파트너는 “실버 레이크의 델 인수는 대규모 기업 인수의 포문을 열 것”이라며 “대형 M&A에 대한 사모펀드 업계의 자신감이 크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LBO가 활기를 되찾으면 여기서 보다 광범위한 전략적 투자와 인수가 파생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버 레이크는 LBO의 주요 자금줄인 정크본드 시장의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데 따라 커다란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시장 전문가는 입을 모았다. 정크본드 시장의 활황은 이밖에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에 우호적인 여건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KPMG의 대니얼 티먼 기업 구조조정 헤드는 “회사채 시장의 문턱이 대폭 낮아졌다”며 “투자자들의 신뢰가 크게 높아진 데 따라 자금 조달에 제약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모닝스타의 R.J. 호토비 애널리스트는 “이미 델과 같은 LBO 움직임이 상당수 가시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예로,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 바이의 창업자 리처드 슐츠가 인수 후 상장 폐지를 시도하고 있다. 슐츠는 마이클 델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말 기준 베스트 바이 지분을 21% 보유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사모펀드의 기업 M&A는 4000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21% 줄었다. 또 이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에 해당하는 수치다.
글로벌 기업의 현금 자산 규모가 4조달러를 넘어선 만큼 ‘넥스트 델’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시장 전문가는 기대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