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연 총수입 100억원 불과...대부분 적자인데 추가부담
[뉴스핌=홍승훈 기자] "적자인 해외증권 운용 부서를 접으라는 얘기입니다. 해외 주식과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 찬물을 끼얹는 거죠."
예탁결제원이 해외증권 예탁수수료(해외보관비용)를 현실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자 국내 증권사 해외증권 운용 부서들이 비상이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사업을 접느냐 마느냐 기로에 선 곳도 있다.
증권업계 전체가 현재 해외주식 거래로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입은 연간 1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 수입은 결제수수료와 계좌유지 수수료, 해외브로커들에 지불하는 수수료, 해외거래소에 내야하는 라이선스 수수료 등을 감당하기에도 부족하다. 대부분 증권사가 이 부문에서 적자인 상황이다. 여기에 그동안 부담이 없었던 수탁수수료까지 더해지면 적자 폭이 깊어진다는 게 증권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은 최근 현재 면제되던 예탁수수료를 내년부터 50% 적용하기 시작해 2015년 100% 전면 시행되는 해외증권 예탁결제수수료 개편방안을 내놓았다.
이 방안에 의하면 예탁수수료는 아랍에미레이트의 경우 2015년 20bp로 오르고 베트남(15bp), 이스라엘(15bp), 아르헨티나(12bp), 그리스(8bp), 포르투갈(6bp) 등 전 지역의 해외 주식 및 채권 예탁결제수수료가 발생한다. 현재 해외증권 거래가 활발한 미국과 홍콩, 일본, 중국, 대만 등도 1bp~4.8bp 수준까지 오른다.
이와함께 거래를 할 때 마다 부과되는 결제수수료도 동반 상승한다. 증권사 전용계좌 결제수수료는 기존 5.5bp이던 미국 주식과 채권의 결제수수료가 5.5bp에서 5bp로 소폭 인하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홍콩, 일본, 중국, 대만 등 전 지역에서 2배 가량 높아진다.
예탁결제원은 이렇게 걷어들인 수수료를 대부분 해외증권보관기관인 유로클리어(Euroclear), 클리어스트림(Clearstream), 씨티은행(Citibank), 스테이트 스트리트뱅크(State Street Bank) 등에 지급한다. 예탁결제원측은 오랜기간 이런 비용을 증권사 대신 내줬지만 이를 현실화해 외화증권예탁결제업무에 대한 인적 물적 투자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반면 증권업계는 최근 해외거래소에 내는 라이선스 수수료 부담 때문에 중국과 일본 증시 온라인 시세 받아보기까지 포기하기에 이른 상황에서 수수료 현실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기적으로 때이르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A증권사 해외증권운용 부서의 경우 현재 해외 주식과 채권에 대한 결제수수료 등 수수료 비용만 연간 3000만~40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내년부터 예탁수수료가 더해질 경우 2015년에 수수료 비용은 2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외거래소에 내는 라이선스 수수료 등 기타 수수료와 합칠 경우 해외증권운용 부서의 적자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전 증권사 해외증권운용부서에서 흑자를 내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지금 수수료체계를 개편해야 하냐"고 지적했다.
B증권사 담당 부서장은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거래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입이 연간 100억원 시장에 불과하다"며 "이 중 해외에 내는 수수료를 빼면 사실상 적자구조다. 여기에 예탁수수료까지 더하면 대형사는 업무를 축소할 수밖에 없고 중소형사는 사업 자체를 접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부서장은 "적자를 감수하고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 해외주식거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GTS(글로벌트레이딩시스템)를 만드는데만 몇십억원의 돈이 들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포기할 수도 계속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답해 했다.
한편 예탁결제원에 예탁되는 해외주식 규모는 우리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 4개사가 점유율 10%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소형사로는 동부증권이 8.2% 수준이다. 5개사의 총 시장점유율은 60%대를 웃돈다.
또 해외채권의 경우 현대와 대우증권 등 대형 5개사 점유율이 90%를 웃돌고 있다.<표참조>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