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기대에다 엔저로 가격 제시 힘들어져
[뉴스핌=주명호 기자] 지난해까지 활발하게 이뤄졌던 일본기업들의 해외M&A가 '아베노믹스' 이후 한풀 꺾인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딜로직(Dealogic) 통계를 인용해 올해 현재까지 일본기업들의 아웃바운드M&A(해외기업 인수)가 전년대비 67% 감소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총 인수거래 규모도 119억 달러(약 13조 4000억 원)를 기록해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총 거래 규모는 353억 달러(약 40조 원)에 달했다.
인수건당 규모도 작년보다 줄어들었다. 올해 10억 달러를 넘어선 인수건은 단 2건 뿐이다. 오릭스가 네덜란드 자산운용사 로베코를 25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가장 큰 인수건이다. 작년 광고기업 덴쓰(電通)의 영국 광고사 이지스 인수건은 두 배인 50억 달러를 기록했다.
금융 관계자들은 일본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저조해진 이유로 '아베노믹스'를 꼽았다. 아베 신조 총리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정책으로 내수경제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오히려 해외 진출이 줄었다는 것이다.
일본증시는 최근 20%에 가까운 조정에도 올해 들어 28% 상승한 상태다. 노무라 증권의 기무라 켄지 글로벌M&A 담당 대표는 "아웃바운드M&A의 기초여건은 전혀 나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들은 증권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화약세가 해외 현지기업 인수에 도움을 주지 못한 점도 요인으로 분석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도교법인의 와카츠키 유이치로 M&A부문 대표는 "해외 중심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들에게는 엔화 약세가 기존의 인수 기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M&A시장의 상황도 일본기업들에게는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여태까지 각광받았던 신흥국 기업들은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인수가 쉽지 않다.
최근 스미토모 미쓰이 금융그룹은 인도네시아 국립연금저축은행의 지분 40%를 15억 2000만 달러(약 1조 7000억 원)에 인수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5배에 달하는 주가수익비율이 영향을 미쳤다. 인도네시아의 만디리 은행의 주가수익비율은 2.62배, 국립주택은행은 1.3배로 이보다 낮았다.
낮은 성장가능성에도 리스크가 적어 선호되던 선진국 기업 인수도 예전에 비해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최근 스프린트 넥스텔 인수가를 216억 달러로 인상한 소프트뱅크는 255억 달러를 제시한 디쉬 네트워크와 스프린트 인수를 놓고 접전을 벌이고 있다.
법무법인 베이커 앤 맥켄지의 노리코시 히데오 파트너 변호사는"엔화 약세 영향으로 일본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초기 인수 단계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