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폭등 위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도 요원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러시아 당국이 루블화 진정세에 '위기 종료'를 선언했지만 러시아 경제를 둘러싼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다.
25일(현지시각)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루블화 급락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신호들이 이미 줄고 있으며 루블화 역시 평정을 찾았다고 평가했다.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이날 52.6765까지 오르며 지난 5거래일 동안 17%가 올랐다. 이달 중순 달러당 80 수준까지 떨어지며(환율과 반대) 가파른 폭락세를 연출한 루블화는 당국의 잇따른 긴급 조치 덕분에 다소 안정세를 찾았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자국 수출 대기업에 달러 매각을 지시하는 한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0.5%에서 17%로 파격 인상하고 유동성을 긴급 투입하는 등 루블화 위기 해결에 안간힘을 써왔다.
하지만 러시아 재무장관의 위기 종료 선언에도 러시아 경제는 수 많은 해결과제를 앞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물가 폭등 리스크를 안고 있으며 전문가들 역시 러시아 경제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며 위기 종료 선언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크렘린궁의 안드레이 벨로소프 경제수석이 올해 러시아의 물가 상승률을 11%로 제시한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갖가지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이날 러시아는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수출량이 대폭 늘어난 곡물시장 안정을 위해 내년 2월1일부터 수출용 밀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물가 급등과 관련해 빵, 우유, 달걀 등 주요 생필품에 대한 가격 동결 역시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장관들에게 연말까지 휴가를 반납하라고 지시하며 아직까지 긴장감이 여전함을 방증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우크라이나 관련 지정학 긴장이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루블화가 또 다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 등 주요 신용등급평가사들이 러시아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는 상황도 같은 맥락이다.
FT는 이날 우크라이나 휴전 지속 논의가 성과 없이 끝난 점도 러시아 위기 장기화를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