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보단 시중 금리 상승 전망에 촉각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대통령 선거를 불과 10여일 앞두고 불거진 연방수사국(FBI)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이메일(e-mail) 재수사가 정계는 물론이고 월가에도 뜨거운 감자다.
3분기 기업 실적부터 성장률과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회의 등 경제 펀더멘털과 관련된 사안을 모두 제쳐두고 대선이 치러지는 날까지 FBI의 움직임과 여론 향방이 주가를 쥐락펴락할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 클린턴 <사진=AP> |
최근까지 뉴욕 증시는 클린턴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주가에 반영한 만큼 이메일 재수사가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번 FBI의 결정이 판도를 바꿔 놓을 것인지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적어도 지난 주말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주가보다 클린턴 후보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고, 다음 주에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주말 주요 외신에 따르면 클린턴 캠프 측은 FBI의 제임스 코미 국장에게 강력하게 비판의 날을 세웠다.
존 포데스타 클린턴 캠페인 회장은 FBI에 지난 28일 재수사 발표와 관련된 모든 배경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FBI가 정치권에 폭발적인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재수사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불편한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나임 애슬람 씽크마켓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FBI의 이메일 재수사 결정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누구도 이 시점에 이런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이 치러지기 전까지 주식시장은 물론이고 외환시장까지 변동성이 가파르게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1월 8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3일 이틀 간에 걸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또 3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2.9%를 기록하며 ‘서프라이즈’를 연출한 데 따라 연준이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보다 강하게 확인할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내수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3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린 동력은 콩값 상승이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이와 무관하게 연방기금 금리 선물이 제시하는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80%를 훌쩍 넘었다.
투자자들이 이미 12월 두 번째 통화정책 정상화용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만큼 11월 회의에서 매파 기조가 확인되더라도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키트 저크스 소시에테 제네랄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은 12월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와 동시에 투자자들은 이후 금리인상이 연 1회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통화정책 결정보다 시장금리 상승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85%까지 가파르게 뛰었고, 월가 ‘큰손’들을 필두로 채권 비중을 축소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 금리의 추가 상승 폭에 시선이 집중됐다.
대표적 강세론자로 꼽히는 제러미 시겔 펜실베니아대학 와튼스쿨 교수가 금리 상승을 언급하며 연말 S&P500 지수 전망치를 낮춰 잡는 등 금리 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크게 고조됐다.
국제 유가의 동향도 이번 주 시장의 관심사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48달러 선까지 밀린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달 합의한 감산안의 구체적인 실행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고 앞서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