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경영, 책임경영 강화하며 대내외 불확실성 돌파 모색
[뉴스핌=이강혁 기자·최유리 기자] 현대차, LG 등 178개 기업의 정기주주총회가 개최된 17일. 주요 대기업들은 내실경영, 책임경영, 투명성 강화를 올해의 핵심 경영화두로 제시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금리인상 기조,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긴장고조를 비롯해 국내 조기대선정국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주요 대기업들은 불확실성을 극복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내실 다져 위기 돌파...총수일가 책임경영 지속
이날 각 사의 주총 현장에선 글로벌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주요 대기업들은 글로벌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원자재 가격 변동성, 국내 정치상황 등 대내외 환경이 녹록치 않은 만큼 내실 경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다짐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사진 = 김학선 기자> |
단적으로 현대차의 전략은 외형확대보다는 내실 다지기를 통해 불확실성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세계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자동차 시장의 성장정체로 업체간 경쟁구도가 한층 심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대내외적 불확실한 환경을 이겨내도록 내실 강화와 책임 경영 매진을 약속했다. 자동차 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다양한 신제품과 상품성 강화 모델로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내실을 다지며 총수의 책임경영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재도약을 위한 미래 준비도 한층 강화한다.
정 회장은 이날 주주들에게 배포한 인사말에서 "부문간 소통과 협력 강화는 물론 자율적이고 책임감 있는 조직문화 구축과 다양한 외부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미래지행적인 기업 혁신을 이뤄내 외유내강의 저력을 키워가겠다"고 했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차 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이번으로 7번째다.그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도 현대차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정 부회장은 2002년부터 사내이사를 연임 중이다. 이날 현대모비스 사내이사로도 재선임됐다. 정 회장 부자가 주요 계열사의 등기임원으로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을 펼치며 불확실성 극복의 선봉에 서게된 셈이다.
LG 총수일가의 책임경영도 지속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 부회장은 이날 주요 계열사 2곳의 등기임원을 맡았다. LG전자와 LG화학은 이날 각각 주총을 개최하고 구 부회장의 등기임원(기타비상무이사) 안건을 처리했다.
구본준 LG 부회장. <사진 = LG제공> |
구 부회장은 올해 2월말 LG전자 이사회에서 의장 자리를 조성진 부회장에게 넘겼지만 주력 계열사 2곳의 등기임원으로 책임경영을 지속하게 된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내실을 다지면서 보다 빠른 의사결정으로 휴대폰 사업의 부활과 가전시장 확대 등을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정도현 LG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사장)는 "올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사업 리스크 요인이지만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LG전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효성도 이날 주총에서 조석래 전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의 2인 대표체제를 유지키로 했다. 올해 회장에 오른 조현준 회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하지만 조 회장이 등기임원인데다, 동생인 조현상 사장이 사내이사로 들어가 있다. 지속가능한 경영체제를 구축하면서 글로벌 효성으로 성장하겠다는 게 이들 총수일가의 목표다.
주총 의장을 맡은 이 부회장은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신흥국 경제위기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며 "주변국들과의 정치적 갈등과 한반도 안보 문제 등도 경영환경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글로벌 톱수준의 기술, 품질,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우수인재 육성과 글로벌 경영시스템 강화에 적극 나서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LS산전은 구자균 대표이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구 회장은 인사말에서 "불확실성과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더 나아가 민첩하게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경영전략, 경영체제, 실행 방식 단순화를 기반으로 효율경영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사회 중심 투명한 경영 강조...사드 보복 우려감도 표출
주요 대기업들은 이사회 중심 경영 확대로 계열사별 독립경영에도 힘실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총수 중심 경영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이사회 중심의 투명한 경영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단적으로 LG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했다. 이사회 정원을 7명으로 줄이는 안건을 승인하고 조 부회장 단독 최고경영자(CEO) 체제를 굳였다. LG전자는 지난달 24일 이사회에서 구본준 (주)LG 부회장에 이어 조 부회장을 의장으로 선임하고 전문경영인 책임 경영에 힘을 실었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주총 전 이사회를 열고 투명경영위원회 설치를 결의했다. 위원회가 이사회에서 독립적인 지위를 갖추고 인수합병이나 자산의 취득, 처분 등의 경영현안에 대해 주주의 의견을 반영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주총 현장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우려감도 컸다.
배동현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한 서경배 회장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사드 보복에 따라 중국 사업의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면서 "서 회장의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배 대표는 이어 "사드 배치 이후 상황이 중요할 것 같다"며 "상황이 악화되면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이날 주총 직후 "올해 중국 이슈(사드)가 있지만 작년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도 있었다. 1년에 한 두 번씩 있는 큰 일은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다. 이번 위기도 잘 극복해 갈것이다"라고 견해를 피력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 재계팀장 (ikh@newspim.co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