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이스에 목마른 메타, VR헤드셋으로 꿈 이루나?
VR보다 AR? 애플 비전프로와 메타 퀘스트3 경쟁
애플 비전프로 420만원, 메타 퀘스트3는 60만원…왜?
애플이 하면 다르다? 열광하는 소비자, 긴장하는 메타
[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공상과학영화의 예측력은 엄청나다. 영화를 보는 시대(ex 2000년)의 관점에서 보면 '설마 저게 되겠어?'라고 생각하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정말 된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2년에 개봉된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등장한 웬만한 기술은 이미 대부분 현실화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인 '탐 크루즈'가 허공의 투명 디스플레이를 향해 손을 움직이면 손동작에 따라 화면에서 자료가 열리고 닫히며 움직인다. 이 장면에서 볼 수 있는 투명 디스플레이와 동작인식 기반 입력 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다. 안면인식 및 홍채인식을 통한 신원확인과 보안 출입 통제도 이미 현실화됐다.
지금 이 시점에서 만약 VR(가상현실)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2018년에 개봉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참고하면 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2045년이다. 가상현실 세계인 '오아시스'에서는 누구든지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상상하는 모든 게 가능한 낙원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은 아바타를 통해 친구들을 만나지만 그 친구들을 현실세계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영화내용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밥 먹고 화장실 가고 잠자는 시간만 빼고는 하루 종일 가상현실 세계속에서만 살아간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예측처럼 'VR(가상현실)' 세계가 미래에 주력이 될 가능성은 적다. 현재까지의 메타버스 발전 흐름을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추적해 본 결과 사람들은 완벽한 가상현실(VR) 세계에서는 답답함을 느꼈다. 따라서 가상현실(VR)보다는 증강현실(AR) 세계 위주로 발전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VR(가상현실)'이란 컴퓨터로 만들어 놓은 가상세계에서 사람이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최첨단 기술을 말한다. 'AR(증강현실)'이란 현실세계를 기반으로 하고 추가되는 정보만 가상으로 만들어줘 보여주는 형태다. 즉 증강현실은 현실세계의 실제 모습이 주요 구성요소라는 점에서 가상현실과는 차이점이 크다. MR(혼합현실)은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이 결합된 기술을 말한다.
'가상현실'의 대표적인 영화가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면 '증강현실'의 대표적인 예로는 게임 '포켓몬 고'나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꼽을 수 있다. 또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도 증강현실이 잘 표현돼 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VR(가상현실)이든 AR(증강현실)이든 이 기술을 체험하려면 필수적으로 머리에 장착하는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 Head Mounted Display)' 또는 헤드셋 기기를 착용해야 한다. 일종의 새로운 '디바이스'라 할 수 있다.
◆ 디바이스 없던 메타, 오큘러스 인수해 VR 시장 진입?
메타(페이스북)는 최초 창업 당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메타가 늘 아쉬워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디바이스다. '디바이스'란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라는 뜻이다.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디바이스'라고 부를 수 있는 물건들이 많다.
애플의 맥북, 아이패드, 아이폰, 에어팟, 애플워치. 게다가 최근 출시를 예고한 AR헤드셋 비전프로. 모두 애플만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디바이스들이다. 애플은 세계 최강의 '디바이스'들을 다양하게 보유한 회사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페이스북)는 변변한 디바이스가 없다. 이 기업들은 그냥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기업일 뿐이다. 그래서 모든 빅테크 회사들은 애플을 부러워한다.
애플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갖춘 양손잡이 빅테크 기업이다. 이런 애플이 부러웠던 구글은 제대로 된 '디바이스'를 만들어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핏빗'을 인수해 '스마트 워치'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또 '구글 픽셀'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스마트폰 등의 하드웨어 시장에도 진출했다. 그런데 천하의 구글이지만 구글의 '디바이스'마저 시장에서는 잘 통하지 않고 있다. 애플의 제품들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이다.
내세울 만한 '디바이스'가 없었던 메타(페이스북) 역시 애플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메타는 2014년에 2조4천억원(20억달러)을 주고 가상현실(VR) 헤드셋 개발업체인 오큘러스'를 전격 인수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성능이 개선된 새로운 헤드셋 기기들을 연이어 출시했다. 잠재적 경쟁자인 애플보다 먼저 가상현실(VR) 시장을 선점하려는 목적이었다.
VR 헤드셋의 역사는 깊다. VR 헤드셋의 초창기 모델은 지금보다 훨씬 더 무겁고 비쌌다. 1990년대 초반의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의 가격은 무려 1,200만원(1만달러) 이상이었고 무게도 엄청났다. 그런데 어떤 기기가 시장에서 대중화되려면 기본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그래서 메타의 가장 큰 목표는 VR 헤드셋의 대중화를 위한 파격적인 가격 인하였다. 메타는 이미 그 목표를 달성했다. 과거 VR 기기들의 단점을 대폭 개선한 '메타 퀘스트 2'의 가격은 최고사양으로 구매해도 60만원에 불과하다. 적자판매가 의심되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구매가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대다. 그렇다면 메타의 VR 헤드셋은 과연 몇 대나 팔렸을까?
메타는 VR헤드셋 시리즈의 정확한 판매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누적으로 약 3,000만대 가까운 VR헤드셋이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가장 많이 팔린 기기는 2020년에 제품명까지 '오큘러스'에서 '메타'로 바꿔 출시한 '메타 퀘스트 2'다. 누적 판매량은 약 2000만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메타의 창업자인 저커버그는 회사이름까지 페이스북에서 '메타 플랫폼즈'로 바꿀 정도로 미래에 '메타버스' 시장이 크게 열릴 것을 확신하고 있다. 가상현실(VR) 시장은 메타버스의 일종이다. 따라서 메타는 '메타 퀘스트'라는 헤드셋을 통해 가상현실(VR)에 접속할 때 필수적으로 쓰이는 디바이스 시장을 장악하려 한다.
저커버그가 독자적인 디바이스를 가지고 싶어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애플과 구글에 종속돼 있는 현재의 구조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려면 결국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구글플레이'를 통해 페이스북 앱을 다운받아야 한다. 이럴 경우 매출의 상당부분을 애플이나 구글에 앱 사용 수수료로 넘겨줘야 한다. 결국 애플이나 구글의 플랫폼에 종속돼 있는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 메타 VR 헤드셋, 기대만큼 안 팔리는 이유는?
문제는 기대와 달리 메타의 VR 헤드셋 판매량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메타의 최대 고민거리다. 2022년에 1년간 전 세계에서 판매된 스마트폰 기기는 12억대가 훌쩍 넘는다. 애플과 삼성은 2022년에만 각각 2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그런데 메타의 VR 헤드셋은 누적 판매량이 고작 3,000만대 수준이니 격차가 어마어마하다. 물론 생활 필수품인 스마트폰과 아직은 주로 VR 게임에만 활용되는 VR 헤드셋과의 단순비교는 무리다.
그래도 메타가 2016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8년간 꾸준히 VR 헤드셋 기기를 출시한 것 치고는 시장 활성화가 더딘 것도 사실이다. 메타의 VR 헤드셋 시장 점유율은 80%가 넘는다. 점유율은 높지만 절대 판매량이 낮은 게 문제다. 차세대 플랫폼을 선도하겠다는 메타의 의욕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결과다. 이유가 뭘까?
첫번째 이유는 VR 헤드셋의 사용자경험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VR 헤드셋의 기술개발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VR 헤드셋 사용시 멀미나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멀미를 하는 이유는 시야각 차이, 화면 딜레이, 헤드셋의 무게, 조잡한 입체영상 등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VR의 향후 과제는 공간에 대한 자연스러운 인식이다.
'머리추적(Head Tracking)기술'이란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헤드셋에서 사용자의 머리 움직임을 추적하는 기술이다. 한마디로 머리를 움직이면 시야에 따라 화면이 함께 움직이는 기술이다. '위치 추적(Positional Tracking)기술'이란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헤드셋, 컨트롤러, 주변 기기 등의 위치를 측정해 동작 변화를 추적하는 기술이다. 한마디로 몸이나 시야의 움직임에 따라 공간감각과 위치가 추적돼 함께 움직이는 기술이다.
또 중요한 건 통신속도다. '가상현실'을 제대로 즐기려면 기본적으로 빠른 통신속도가 필수다. LTE에 비해 20배가 빠르다고 광고했다가 과장광고 논란에 시달렸던 5G의 특징은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이다. 특히 속도지연으로 인한 끊김 현상을 피하려면 초저지연이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이나 아직 5G 통신이 제대로 구축되려면 한참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나머지 기술들은 점점 더 발전하면서 수많은 문제점들이 순차적으로 해결되고 있다.
두번째 이유는 컨텐츠 부족이다. 사람들이 VR 헤드셋을 통해 가상현실에 접속해도 즐길 거리가 별로 없다면 금방 싫증을 내게 된다. 메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에 가상현실의 대표게임인 '비트 세이버'를 제작한 '비트게임즈'를 인수했다. 또 2020년에는 추가로 '산자루 게임즈'를 인수했다. 그 외에도 수많은 기업들을 인수하며 VR 게임 콘텐츠 강화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세번째 이유는 게임만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모두 VR(가상현실) 세계로 끌어들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게임시장 규모는 거대하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정적이다. 또 VR 시장의 명확한 한계성은 현실세계가 보이지 않고 100% 가상세계만 보여 사용자들이 답답해 한다는 점이다. 헤드셋의 무게가 너무 무거운 것도 문제다.
◆ VR보다 AR? 애플 8년간 준비한 '비전 프로' 통할까?
애플은 흥행할 자신이 없다면 절대 신제품을 내 놓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갑작스러운 애플 CEO 팀 쿡의 "원 모어 띵(One more Thing, 하나 더!)" 외침은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장을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무려 8년간 준비한 신제품이다. 그런데 애플이 신제품으로 내 놓은 '비전 프로'와 메타의 '메타 퀘스트'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메타의 '메타 퀘스트'는 'VR(가상현실)' 기기에 가깝다. 반면 애플의 비전프로는 'AR(증강현실)' 기기에 더 가깝다. VR은 가상 세계를 구현하고 실제처럼 체험하는 것이어서 현실과는 오히려 거리감이 있다. 만약 가족이나 다른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VR 기기를 사용한다면 컴컴한 공간에 혼자 고립되는 느낌이다.
VR헤드셋을 쓴 채로 1인칭 시점의 경험을 하면 주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사실 이 문제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VR기기는 거리감이 크다. 반면 AR은 현실에 가상 공간을 겹쳐서 보여주기 때문에 현실과 단절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중요한 포인트다. 또 기술적으로도 AR기기의 제조 난이도가 훨씬 더 높다.
애플은 비전프로를 애써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이라는 낯선 단어로 표현했다. 애플의 주장에 따르면 개인용 컴퓨팅(맥) - 모바일 컴퓨팅(아이폰) - 공간 컴퓨팅(비전프로)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맥'은 컴퓨터를 개인화했고 '아이폰'은 컴퓨터를 모바일화시켰다. '비전프로'는 '공간' 개념을 활용해 컴퓨터를 3차원으로 확장했다. 하지만 이건 먼 미래의 구상일 뿐 엄밀히 말하자면 지금 당장은 AR 기기에 더 가깝다.
따라서 '비전프로'의 관전 포인트는 AR(증강현실) 기능이 얼마나 잘 구현되는지 여부다. 일단 '비전 프로'에는 최고 사양의 부품이 탑재될 예정이다. 2개의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이 들어가는데 픽셀 수가 무려 2300만개다. 아이폰과 비교하면 픽셀 1개가 들어갈 자리에 64개를 넣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그만큼 초 고화질 구현이 가능하다.
애플은 또 기존 AR·VR 헤드셋을 오래 착용하면 멀미를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연시간을 줄였다. 이를 위해 M2(2세대 시스템 온 칩)와 새롭게 개발한 R1 칩셋을 '비전 프로'에 탑재했다. R1 칩은 12개의 카메라, 5개의 센서, 6개의 마이크가 입력한 정보를 처리해 사용자의 바로 눈앞에서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컨트롤러 없이 눈, 손, 음성 이렇게 3가지만을 활용해 기기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애플의 신제품 발표 후 이런 놀라운 성능보다 더 화제가 된 건 '비전 프로'의 엄청난 판매가격이었다. 무려 420만원(3,499달러)이다. 애플의 '비전 프로'에 대응해 메타가 준비하고 있는 신제품인 '메타 퀘스트 3'의 가격은 7분의 1인 60만원(499달러)에 불과하다. 최고급 사양인 점을 감안해도 '비전 프로'는 과하게 비싸다는 평가가 많다.
어쨌든 애플로 인해 그 동안 메타의 엄청난 노력에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VR∙AR∙MR 시장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저커버그가 그렇게도 꿈꿔 왔던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메타버스 시대에 한발 더 가까워진 셈이다. 하지만 메타 입장에서는 그 주인공이 애플이 돼서는 매우 곤란하다.
◆ 메타 퀘스트 3, '컬러 패스스루' 기능이 핵심
그래서 메타가 애플이 '비전프로'를 공개하는 시점보다 1주일 더 빠른 시점에 '메타 퀘스트 3'을 급하게 공개했다. 메타가 만들었던 초기의 VR헤드셋은 기본적으로 시야를 완전히 차단해 눈앞에 3D 세계를 펼쳐 보이는 시청각 장치다. 그런데 VR(가상현실)의 최대 단점은 현실세계와 완전히 단절된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사용자 경험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 메타의 VR 헤드셋 초기모델인 '오큘러스 퀘스트1'을 쓴 사용자들 중 상당수는 멀미 외에도 현실세계와 단절된 폐쇄적인 시각적 느낌으로 인해 답답함을 호소해 왔다. 그래서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메타 퀘스트 2'에서는 '패스스루' 기능을 추가로 장착했다.
'패스스루'는 헤드셋의 카메라를 통해서 외부 환경을 확인하는 기능을 뜻한다. 이 기능이 작동되면 폐쇄적인 가상현실(VR)뿐 아니라 실제 현실의 주변 외부환경도 보인다. 따라서 이 기술이 발달할수록 궁극적으로는 증강현실(AR) 구현에도 유용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존 '퀘스트2'의 '패스스루' 기능은 컨트롤러 추적을 위해 적외선 카메라를 활용하는 방식이어서 색상도 흑백이고 해상도도 낮아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퀘스트2'에 장착된 패스스루는 애초부터 증강현실(AR) 구현 목적이 아니었다. VR 헤드셋 사용 중 외부가 아예 보이지 않으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외부환경 확인을 위한 제한적 용도로 만든 기능이다.
그런데 2023년 10월에 출시 예정인 '메타 퀘스트 3'는 확 달라졌다. '풀컬러 패스스루' 카메라가 장착됐다. '퀘스트3'는 '풀컬러 패스스루'를 위한 전용 RGB 카메라 두 개를 추가하고 여기에 깊이 센서까지 추가했다. 이렇게 되면 VR(가상현실)뿐만 아니라 AR(증강현실) 기능도 온전히 지원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MR(혼합현실)도 본격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된다. 또 '퀘스트 2' 보다 해상도가 29.5% 높아졌고 두께는 40% 얇아진 것도 장점이다.
그런데 퀘스트 3'의 '풀컬러 패스스루' 기능보다 더 강력한 애플 '비전프로'만의 숨겨진 무기가 있다. 바로 '아이사이트'(EyeSight) 기능이다. '아이사이트'는 사용자 주변에 사람들이 있을 경우 그들이 AR 경험의 일부처럼 느껴지도록 시각적으로 처리해준다.
애플의 '비전 프로'는 사용자가 몰입하고 있더라도 주변의 다른 사람이 다가오면 '아이사이트' 기능을 통해 기기 전면 유리 부분이 투명하게 변해 사용자의 눈이 보이게 되는 식이다. 물론 사용자도 다가온 사람을 볼 수 있다. '비전 프로' 사용자가 고립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만들어 준 기능이다.
◆ VR(가상현실)이 최종 목적지? 대세는 MR(혼합현실)!
가상현실(VR) 세계가 빠른 시간내에 활성화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일단 사용자경험 결과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컴컴한 공간에 혼자 고립되는 느낌을 좋아할 소비자는 많지 않다. 그 외에도 어지러움, 화면 딜레이, 헤드셋의 무게, 조잡한 입체영상, 부족한 콘텐츠 등 개선되야 할 다양한 문제들이 많다.
VR 헤드셋에 다한 거부감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시력저하에 대한 우려다. VR 기기를 장시간 사용할 경우 시력에 좋을 리 없다. 특히 이미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들의 거부감이 크다. '(사)대한 안경사협회'가 2021년에 '한국갤럽 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성인 안경 사용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안경 사용 45.9%, 안경과 콘택트렌즈 병행 사용 9.4%로 전체인구의 55.3%가 안경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력저하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안경을 쓴 채로 VR 헤드셋을 사용하면 불편하다는 점이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봐도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이 가능하다. 안경 대신에 아예 '렌즈가이드'를 VR기기에 끼워 놓고 사용자에게 맞는 도수의 렌즈를 별도 제작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미 한국의 웬만한 안경점은 VR기기용 도수렌즈를 제작해 본 경험이 많다. 한국 소비자들은 얼리어댑터 성향이 강하다. 한국은 이미 IT 최강국이다. 물론 렌즈를 장착하면 VR기기의 사용이 편리할 뿐이지 시력저하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애플의 참전으로 인해 이제 전쟁터가 VR(가상현실)에서 AR(증강현실)과 MR(혼합현실)로 바뀌었다. 사실 VR(가상현실)은 MR(혼합현실)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일 뿐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불편한 사용자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처럼 현실세계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AR(증강현실)로의 진화는 필수적으로 가야 할 길이다.
◆ 애플 참전으로 VR∙AR 시장 본격 성장, 메타는 대환영
이번 '비전 프로' 신제품 개발로 애플이 드디어 VR∙AR 시장에 새롭게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메타는 '메타버스' 개념으로 VR∙AR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반면 애플은 '공간 컴퓨팅' 이라는 개념을 통해 3차원 기반의 개인 컴퓨팅 제품임을 강조했다. 기존 애플의 '어플리케이션'에 유기적으로 통합시키기를 원하는 점도 차이점이다.
애플의 '비전 프로' 판매목표는 420만원(3,499달러)이라는 거만한 판매가격과는 달리 매우 겸손하다. 약 30만대 수준이다. 1년에 판매되는 아이폰이 2억대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테스트 시제품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애플 스스로도 많이 팔릴 거라는 기대는 접는 모양새다.
그래도 애플은 믿는 구석이 있다. 애플은 스스로를 명품회사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제품 가격이 비싸도 고정적으로 제품을 사 주는 럭셔리 수요층이 충분히 존재한다. 또 애플의 신제품은 항상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선도자의 역할을 해 왔다. 지금껏 애플의 혁신은 늘 대중화에 성공해 왔다.
그 동안의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으면 삼성이나 화웨이 같은 후발주자들이 가격을 낮추며 따라온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대중화되며 결국 시장이 성장하는 구도를 보여왔다. 특히나 무려 8년만의 신제품이다. 준비를 많이 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비전프로'는 장기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VR∙AR 시장이 커진다는 점에서 메타도 대환영하는 분위기다.
◆ AR 글래스 전쟁, 메타가 애플을 이길 수 있을까?
메타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애플의 '비전프로' 발표 이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은 하이엔드급 기술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다. 반면 메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데 관심이 많다"며 "두 회사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저커버그는 "애플의 비전프로가 출시되면 AR과 MR의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며 "비전프로의 높은 가격 때문에 AR과 MR을 체험해 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메타의 '퀘스트3'을 구매하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저커버그는 애플을 매우 견제하고 있다. 애플은 오래전에 세상에 없던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를 만들어냈다. 이후 스마트폰 운용체제를 독점해 아무것도 안하고 앱 수수료로 따박따박 30%씩 챙겨가고 있다. 이를 부러운 눈으로 지켜봤던 저커버그다. 게다가 애플의 '앱 추적 투명화' 정책의 타격으로 인해 애플에 대한 감정도 좋지 않다.
메타는 애플이 AR∙VR 헤드셋 경쟁에 뛰어들기 훨씬 이전부터 시장을 선점해 왔다. 애플의 AR∙VR 헤드셋 영역침범으로 시장이 확장되긴 하겠지만 그리 달가운 것 만도 아니다. 자신들이 애써 만들어 놓은 VR 시장마저 애플에게 고스란히 넘겨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메타는 그 동안 시장확대를 위해 몰입감이 높은 게임 시장을 먼저 공략해 왔다. 이를 통해 기본적인 게임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메타가 애플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새롭게 꺼내든 카드는 VR게임 구독 서비스인 '메타 퀘스트+'다. 월 1만원(7.99달러)를 내면 매달 2개의 신규 게임을 선택해서 소비자가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메타의 소원은 하루빨리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다 가진 양손잡이 기업이 되는 거다. 그 소프트웨어 수익모델의 출발이 VR게임 구독서비스인 '메타 퀘스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메타가 본격적으로 VR∙AR 시장을 키우려면 게임 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만들어 낸 더 큰 개념이 가상현실 속 세계에서 사용자들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는 '호라이즌 월드'라는 메타버스의 세계다. 아직 사용자수는 30만명에도 못 미치지만 막대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SNS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3차원 공간인 '호라이즌 월드'에서의 활동을 유도하고 있다.
반면 애플의 '비전프로'는 개인의 공간컴퓨팅 경험에 더욱 집중한 제품이다. 애플과 메타는 지향점이 다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애플에게는 애플 앱스토어를 이용하는 약 15억명의 막대한 사용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기존 애플의 '어플리케이션'에 '비전프로'를 유기적으로 통합시킬 경우 그 위력은 가늠하기 어렵다. VR∙AR 시장을 메타가 선점했다 하더라도 순식간에 판이 뒤집힐 수 있다.
디바이스 부문에서 메타가 어느정도 성장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문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나 애플의 iOS 운영체제는 메타 입장에서 아직 쫓아가기 버거운 영역이다. 기존 메타의 VR 퀘스트 시리즈에도 구글의 운용체제가 탑재되어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또 지금의 헤드셋 형태로는 한계가 많다. 사람들은 외부에 있을 때 머리에 무언가를 써서 본인의 머리가 망가지는 걸 아주 싫어한다. 남자든 여자든 마찬가지다. 앞으로의 승부를 가르는 건 애플과 메타 중 어디가 더 빨리 소형 AR 글래스 형태의 제품을 만드는데 성공하는지에 달려있다. 지금의 VR∙AR 헤드셋은 AR글래스로 가기 위한 과도기에 불과하다. 시작은 메타가 빨랐지만 상대는 애플이라는 점에서 메타의 영원한 우세를 점치기는 어렵다.
언젠가는 스마트폰처럼 소비자들이 차세대 플랫폼인 AR글래스를 1인당 1대씩 필수적으로 보유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 때가 되면 VR∙AR∙MR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게 될 것이다. 만약 미래의 그 시점에 메타가 애플보다 먼저 소형 AR 글래스 개발에 성공한다면?
메타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오래전부터 그토록 꿈꿔 왔던 메타를 대표하는 디바이스를 드디어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가지게 될 지도 모른다. 오늘도 저커버그는 애플의 맥북처럼 메타의 AR 글래스가 명품화 돼 스타벅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꾸고 있다.
⑤편에서 계속… ⑤ 메타, 디엠 암호화폐 폭망? 차라리 비트코인 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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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촬영·편집 : 김현석 / 그래픽 : 조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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