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BYD, 가격 경쟁력 앞세워 글로벌 영향력 확대
LG·SK 선방에도 삼성SDI 부진에 전체 점유율 하락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올해 들어 세계 전기차 판매가 늘며 배터리 사용량이 35% 가까이 증가했지만 한국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점유율은 되레 줄었다. 중국 CATL과 BYD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넓히는 사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성장에도 삼성SDI 부진이 전체 비중 하락으로 이어졌다.
13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세계 전기차(EV, PHEV, HEV) 등록대수 증가로 배터리 사용량이 약 691.3GWh에 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은 16.8%로 전년보다 3.8%포인트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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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세계 전기차 및 배터리 월간 동향 [사진=SNE리서치] |
LG에너지솔루션은 67.4GWh로 13.3% 성장해 3위를 유지했고, SK온은 29.2GWh로 20.3% 성장하며 5위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20.0GWh로 9.1% 감소하며 8위에 앉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쉐보레, 기아, 폭스바겐이 주요 고객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모델 판매 부진으로 공급량이 15.8% 감소했으나, 기아 EV3 판매 호조와 얼티엄 플랫폼을 적용한 쉐보레 이쿼녹스·블레이저·실버라도 EV의 북미 판매 확대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SK온은 현대차그룹,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폭스바겐 등에 배터리를 공급했다. 아이오닉5와 EV6 탑재량이 가장 많았고 폭스바겐 ID.4, ID.7 판매도 견조했다. 포드 F-150 라이트닝의 판매 둔화에도 불구하고 익스플로러 EV 판매가 늘면서 포드향 배터리 사용량은 13.0% 증가했다.
삼성SDI의 주요 고객사는 BMW, 아우디, 리비안 순이었다. BMW의 i4, i5, i7, iX 등 전동화 모델 판매가 늘며 배터리 탑재량도 증가했다. 반면 리비안은 중국 고션(Gotion)의 LFP 배터리를 채택한 스탠다드 레인지 트림을 출시하면서 삼성SDI 비중이 줄었다. 아우디의 경우 Q6 e-트론 판매가 본격화돼 사용량이 전년보다 15.9%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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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사진=SNE리서치] |
중국 CATL은 254.5GWh로 31.9% 성장하며 1위를 지켰다. 지크(ZEEKR), 아이토(AITO), 리오토, 샤오미를 비롯해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업체가 CATL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BYD는 124.8GWh로 50.3% 증가해 2위를 차지했다. 배터리와 전기차를 함께 생산하는 BYD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국뿐 아니라 유럽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했다. 상반기 유럽 내 BYD 배터리 사용량은 8.6GWh로 전년 대비 263.1% 증가했다.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은 25.8GWh로 6위에 올랐다. 파나소닉은 미국의 중국산 배터리·원자재 규제 강화에 대응해 북미 중심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산 소재 의존도를 낮추고 현지 조달을 늘려 안정적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SNE리서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지만 각국의 규제와 원자재 공급 리스크가 지역별 전략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G7과 유럽연합이 희토류 가격 상한제와 수출 규제를 검토하면서 희소금속 확보가 원가 구조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미국은 리튬 공급망 강화를 위해 리튬 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 지분을 인수하며 정부 주도의 자원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유럽 현지 생산 확대에 나섰다. CATL은 스페인 공장 건설을 추진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은 생산 증대뿐 아니라 규제 대응, 소재 다변화, 리사이클 전략 등 복합 과제에 직면했다. 업계는 기술 혁신과 사업 구조 유연성이 중장기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