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몰락과 계속되는 내전 등으로 오랫동안 정치적 갈등·혼란을 겪어온 북아프리카 산유국 리비아가 본격적인 국제에너지 시장으로의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수도 트리폴리를 기반으로 한 리비아통합정부(GNA)의 대표단이 최근 18년 만에 처음으로 석유 탐사권 입찰 진행을 위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했다.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인 쉘과 셰브론, 토탈에너지, 에니, 렙솔 등이 이번 입찰에 사전 자격을 갖춘 상태이며 이와 별도로 엑손모빌은 지난 8월에 리비아 해안가 가스 탐사 협정을 체결했다. 7월에는 BP와 쉘이 리비아 국영석유회사(NOC)와 기회 평가를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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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유 생산을 재개한 리비아 최대 유전 사라라 (2014년 광경) [사진=로이터 뉴스핌] |
FT는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들이 새로운 석유·가스 매장지를 찾기 위해 리비아로 돌아오고 있다"며 "카다피 축출 이후 약 15년 간 이어진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새로운 탐사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에서는 지난 2011년 10월 카다피 정권이 붕괴한 이후 무장세력 간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수도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한 북서부는 유엔 등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GNA가 통치하고 있고, 동부와 남부는 칼리파 하프다르 장군이 이끄는 리비아국민군이 장악하고 있다.
한 에너지 금융 관계자는 "에너지 메이저들은 지금 더 많은 원유 매장량을 찾고 있으며 검증된 유전지대로 돌아오고 있다"며 "이들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환경에도 익숙하다"고 말했다.
리비아가 내전 지속으로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메이저들은 글로벌 차원에서의 청정에너지 전환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향후 석유 수요가 더 오래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 하에 리비아의 매장량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서부 지역을 통제하는 트리폴리 정부는 생산량을 현재 하루 140만 배럴에서 오는 2030년까지 200만 배럴로 끌어올리고자 한다"며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생산분배계약(PSA)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워스 셰브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투자자 대상 행사에서 "리비아와 관련해 진행 중인 논의가 있다"고 밝히며 "(리비아가 제시한) 조건이 과거보다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트리폴리 정부는 이번 미국 방문 때 "리비아의 석유 생산 증가가 (미국 등 국제사회에) 러시아산의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는 논리를 집중적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글로벌 메이저의 리비아 복귀로 트리폴리 정부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고, 리비아 전체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리비아 대표단의 한 멤버인 이브라힘 사헤드는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석유와 에너지를 국제사회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이는 에너지 시장의 공급 부족을 초래할 수 있는데, 리비아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석유 생산 증대를 위해 서방의 기술이 필요하다"며 "미국 만큼의 기술을 가진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리폴리 정부가 리비아 전역의 탐사권에 대한 입찰을 진행하는 것이 과연 실현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리비아의 상당한 석유 매장지가 동부 지역을 장악한 하프다르 장군의 영향권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프다르 장군은 오랫동안 러시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지역 분석가들은 리비아 동부와 남부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존재가 강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 대표단의 일원인 마흐무드 아흐메드도 "전 세계가 리비아 국영석유회사를 리비아에서 석유를 생산·수출할 수 있는 유일한 합법 기관으로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하프타르와 그의 아들들이 핵심 매장지를 포함한 일부 지역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