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 피어난 고추장·된장·간장 문화
선조 지혜 세계로…6년 만에 매출 64배↑
복지부 "개인 특성·노인일자리 매칭 높여"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한국의 전통문화를 골목골목 따라가다 보면 짭조름하고 고소한 냄새가 나는 곳이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노인종합복지관의 옥상이다.
올해로 90세인 조용숙 씨는 지난달 30일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뉴스핌>과 만나 "우리 문화를 알리고 모든 사람에게 한국의 장으로 건강을 전해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 종로&장금이, 도심 속 장문화 조성…선조 지혜·경험 '세계로'
노인종합복지관 5층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100개의 항아리가 놓여있는 장마당이 있다. 항아리 안에는 노인일자리인 '종로&장금이'에 참여한 노인들이 선조들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방식으로 정성 들여 만든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이 정성을 머금고 숙성되고 있다.
'종로&장금이'는 한국의 전통장에 대한 지혜와 경험으로 장 문화를 확산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시어머니 등으로부터 전수된 전통 방식으로 장을 담가 1년간 숙성한 한정판 장을 만든다. 세계와 후손에 전통의 맛과 문화를 전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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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노인일자리 '종로&장금이'에 참여한 조용숙 씨(왼쪽)이 9월 30일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장 담그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10.03 sdk1991@newspim.com |
조 씨처럼 '종로&장금이'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총 20명이다. 조 씨는 음식 만드는 일을 좋아해 2007년 봉사활동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18년째, 장 만들기의 베테랑이다.
조 씨는 장독대 안에 있는 된장을 보여주며 "공기가 들어가면 곰팡이가 피어 다시마를 올리고 위에 소금을 뿌린다"며 "항아리는 유리병과 플라스틱과 달리 숨을 쉬고 있기 때문에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씨는 "간장은 1월에는 덜 짜게 담고, 3월에는 날씨가 따뜻하기 때문에 소금을 더 넣는다"며 "50일이 되면 장을 쓴다"고 했다. 그는 "확실히 선조들은 지혜가 좋다"며 "우리가 전수받아 같이 이끌어 온 것이 우리의 장 문화"라고 덧붙였다.
◆ 매출 177만원에서 1억까지 돌파…추석에도 '매진 신화'
전통장을 만드는 체험의 장도 운영된다. 총 8개의 코스로 19개의 전통장과 장을 활용한 요리를 배울 수 있다. 최근 3년간 2472명이 체험에 참여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수제청 체험장도 있다. 입소문을 들은 기업, 외국인 등은 5점 만점에 4.9점을 주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통장 요리클래스 체험객은 "어르신에게 직접 장에 대해 배워보는 이색적인 경험이었다"고 했다. 다른 체험객은 "집과 가까운 곳에서 의미 있는 체험을 할 수 있어 만족한다"며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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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종로&장금이 카페 2025.10.03 sdk1991@newspim.com |
노인들의 손맛에 '종로&장금이'는 매진 신화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추석 때도 4000만원 상당의 2000개 장이 모두 예약 완료됐다. 최근 6년간 연매출액에 따르면 2020년 177만8000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억1471만2000원으로 64.5배 늘었다.
국무총리실에서 30년간 근무하고 퇴직 후 노인일자리에 참여한 구문임 씨는 "처음에는 (노인일자리 참여가) 망설여졌었다"며 "예전에는 생업을 목적으로 배우다 보니 스트레스받았는데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니까 천국이 따로 없다"고 했다.
한편, 현장에서는 노인이 일하는 만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노인일자리 수행기관이 약 3000개에 달하지만, 내년 안전 전담 인력은 613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문수 복지부 노인지원과장은 "2~3년 내에는 모든 수행기관 안전 전담 인력 배치할 계획"이라며 "어르신 근로 능력 지표를 개발해 계단이 있는 경우는 보행의 문제가 없는 분이어야 한다는 등의 필수 요건 등을 고려해 개인의 능력과 일자리 특성을 매칭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