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집권 자민당과 제2야당 일본유신회가 20일 오후, 연립정권 구성에 최종 합의할 전망이다.
양당이 정권 합의서에 서명하면, 유신회는 21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에게 투표하게 된다.
이로써 다카이치 총재가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후임으로 일본의 신임 총리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 '다카이치 총리' 선출 확실시
일본의 총리 지명 선거는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모두 실시하지만, 결과가 다를 경우 중의원의 결정을 우선하게 돼 있어 사실상 중의원 투표 결과로 결정된다.
현재 중의원 의석 수는 자민당이 196석, 유신회가 35석을 확보하고 있다. 21일 임시국회에서 실시되는 총리 지명 선거에서 유신회 소속 의원 전원이 다카이치 총재에게 투표할 경우, 과반(233표)에 단 2표 부족한 231표를 확보하게 된다.
자민당은 일부 무소속 의원과 중의원 의석 3석을 보유한 우익 성향 참정당 등에도 협력을 요청하고 있어, 이들의 지지를 확보하면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재가 과반을 얻어 사상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될 가능성이 크다.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의 야당 후보 단일화 협상은 정책 차이의 간극을 메우지 못하고 사실상 결렬됐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다카이치 총재가 사상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되는 것이 확실한 정세가 됐다"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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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지난 4일 선거에서 승리한 후 의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유신, 내각 참여 안하는 '각외 협력'으로 출발
유신회는 다카이치 내각이 출범해도 당분간은 각료를 내지 않는 '각외 협력' 형태로 연정에 참여할 방침이다.
자민당은 유신회 측에 각료 포스트를 제시하며 '내각 협력'을 요청했으나, 유신회는 정책 실현을 우선시해 내각에 직접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원활한 연정 운영을 위해 엔도 다카시 국회대책위원장을 총리보좌관에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야 간 조율 경험이 풍부한 엔도 의원이 여당과 총리 관저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유신회는 19일 오사카에서 상임임원회를 열고, 자민당과의 협의 및 향후 연계 방안을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와 후지타 후미타케 공동대표에게 일임하기로 결정했다.
후지타 공동대표는 회의 후 "상당히 신뢰 관계가 깊어진 상태에서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며 합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요시무라 대표도 후지TV 프로그램에서 "협의는 최종 단계에 들어섰다. 결단해야 할 때는 결단하겠다"며 "각료가 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내각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연립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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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중앙 오른쪽)와 후지타 후미타케 일본유신회 공동대표(중앙 왼쪽)이 연정 구성을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정책 핵심은 '부(副)수도 구상'과 '사회보장 개혁'
양당의 정책 협의는 16일부터 진행됐다. 유신회는 합의의 '절대 조건'으로 재해 시 수도 기능 일부를 오사카로 이전하는 부(副)수도 구상과 사회보험료 인하를 포함한 사회보장 개혁을 요구했으며, 협의 도중 국회의원 정수 10% 삭감도 추가했다.
자민당은 유신회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방침이다.
유신회는 자민당에 국회의원 정수 감축, 기업·단체 정치헌금 폐지,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을 포함한 12개 정책 항목을 제출했으며, 양당은 세부 조율을 마무리 중이다.
요시무라 대표는 "다음 임시국회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유신 연정이 공식화되면, 일본 정치 지형은 전후 최대의 재편 국면을 맞게 된다. 다카이치 차기 내각은 유신회의 개혁 노선을 일부 수용하며, 정치 개혁과 사회보장 개편 등 굵직한 과제에 착수할 전망이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