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규제 소음 평균값 기준, 제재 회피 가능
美 뉴욕, 확성기 사용시 1일 단위 별도 허가
日, 85데시벨 초과 소음 '폭 소음' 규정 원천 금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도심의 무분별한 시위 소음으로 일반 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집회 소음의 평균값을 단속 기준으로 삼고 있는 현행법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집회 소음의 평균값을 단속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낸 후 일정 시간 소리를 줄여 평균값을 낮추는 식의 편법에 대응하지 못하며, 인신공격성 비방 및 욕설 등과 지속 시간 등은 사실상 규제조차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 등 해외에서는 소음 규정을 한 차례만 어겨도 곧바로 규제 대상이 되거나 형법에 시위 현장의 현실을 반영한 소음 관련 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갖추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도심의 무분별한 시위 소음으로 일반 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집회 소음의 평균값을 단속 기준으로 삼고 있는 현행법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보자] 2023.06.12 dedanhi@newspim.com |
◆美, 소음 규제 반복 위반 시 현장 체포…日, 85데시벨 넘기면 즉시 제재
미국 뉴욕시는 집회 신고를 했더라도 확성기를 사용하려면 경찰과 관할 지자체로부터 1일 단위의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여러 날에 걸쳐 시위가 이뤄질 경우 집회 신고는 최초 1회만 해도 가능한 반면, 확성기 사용에 필요한 소음 허가는 매일 새롭게 갱신해야 하는 등 일반 시민들의 소음 공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뉴욕 경찰 당국은 소음허가 신청 시, 일 45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해 무분별한 확성기 사용을 막는다. 또한 전날 시위 소음과 인근 주민들의 불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음 날 소음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허가 받지 않은 소음 기구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기구의 압수 또는 벌금 부과 등의 제재도 가해진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와 같이 소음 관련 처벌 조항을 형법에 명기한 곳도 있다. 소음유발행위를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과 구류 등 형벌을 부과한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도심의 무분별한 시위 소음으로 일반 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집회 소음의 평균값을 단속 기준으로 삼고 있는 현행법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보자]2023.06.12 dedanhi@newspim.com |
워싱턴D.C.에서는 '소음규제법'에 의해 상업 지역 기준 주간 65데시벨(dB), 야간 60데시벨을 넘는 소음을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 만약 위반 행위가 계속되면 시위자는 현장에서 체포돼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대부분 지자체가 시위 현장으로부터 10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85데시벨을 초과하는 소음을 '폭력적 소음'을 의미하는 '폭(暴)소음'으로 규정해 원천 금지한다. 1회만 어겨도 경찰이 즉시 규제에 나서며 위반 상태가 지속되면 강제 퇴거나 자택 구금 등 규제 강도를 높인다.
85데시벨 이하의 허용된 소음이라 하더라도 가나가와현 등 일부 지자체는 확성기를 사용하는 경우 1회 10분간 시위 소음 유발 뒤 반드시 15분간 확성기 사용을 중단해야 하는 등의 강제 규정을 도입했다.
시위 규제를 최소한으로 유지해오던 영국도 최근 '경찰, 범죄, 양형 및 법원에 관한 법률'을 통해 시위 소음을 규제했다. 시위 소음이 주변 기관의 활동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인근 시민에 중대한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경찰이 개입할 수 있다. 위반 시 징역형과 벌금형을 동시 부과할 수 있는 등 처벌 수위도 높다.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도심의 무분별한 시위 소음으로 일반 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집회 소음의 평균값을 단속 기준으로 삼고 있는 현행법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보자]2023.06.12 dedanhi@newspim.com |
◆국내, 편법에 소음 규제 무용지물…집시법 개정 논의 '지지부진'
우리나라의 경우 집시법에 다르면 10분간 측정한 평균 소음이 65데시벨(주거지역 기준)을 넘거나, 최고소음 기준인 85데시벨을 1시간 동안 세 차례 이상 넘기면 규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시위 참가자들은 5분간 큰 소음을 낸 후 나머지 5분 동안 소리를 줄여 평균값을 낮추거나 1시간에 두 번만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내는 등의 편법을 사용해 제재를 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음의 지속 시간, 반복적 재생, 내용 등에 대한 집시법 상 규제는 전무한 상태다.
일반 시민들과 함께 기업들도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서울시내 기업 사옥 인근은 커다란 소음을 내는 시위가 빈번하다. 여론에 민감한 기업을 상대로 모욕적이고 자극적 시위를 벌여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로 자극적인 구호도 많다.
일례로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인근에서 개인 A씨는 출퇴근 시간을 비롯해 유동 인구가 많은 시간에 고성능 스피커를 동원해 장송곡을 틀고 인격모독성 발언과 기업에 대한 비방을 일삼기도 했다.
A씨는 자신이 일하던 판매 대리점 대표(기아 주식회사가 아닌 개인사업자)와의 불화 등으로 계약이 해지된 후 이와 무관한 기아 주식회사에 법적 근거 없는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10년째 소음을 동반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법원도 기업 측에 해고에 대한 책임이 없고 A씨의 표현 일부가 도를 섬어섰다며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A씨는 법원에서 지적한 일부 표현을 고치고 장송곡을 운동가요로 바꾸었을 뿐, 이후에도 기업 직원과 인근 시민을 볼모로 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서초구 SPC 사옥 인근 주민들이 시위 소음에 대해 항의하는 현수막을 내걸었고, 하이트진로 사옥 인근 주민들이 소음 시위 중단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내는 등 피해에 대해 자구책을 강구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정치권의 입법 움직임은 더디다.
한 전문가는 "과거와 달리 인터넷 등 주장을 펼칠 수단이 다양해진 상황에서 장송곡, 운동가요 등을 반복해서 재생하는 것은 폭력"이라며 "과도하고 반복적인 시위 소음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엄격히 제한할 수 있도록 집시법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