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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 ⑦머크, 특허 절벽 돌파구는 M&A? 최강 신약 2개로 랠리 시작

기사입력 : 2024년01월26일 17:00

최종수정 : 2024년02월02일 09:15

키트루다와 가다실 특허 만료? 최대 위기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 '소타터셉트'가 대박 신약?
위기 돌파 승부수는 공격적인 M&A
연초 대비 주가는 20% 급등, M&A와 신약 기대감?

[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머크'라는 이름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헷갈릴 때가 많다. 원래 머크는 독일의 제약사로 1668년에 설립됐다. 무려 35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한국의 주식투자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머크'는 독일의 '머크'가 아니라 1891년에 미국지사로 설립된 '머크'다.

이 미국지사는 1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패배로 미국정부에 몰수당했다. 이후 1917년에 미국 국적의 '조지 머크'가 다시 재산을 환수 받아 독일의 '머크'와는 완전히 다른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1953년에 샤프앤돔(제약유통사)와 합병하면서 'MSD(Merck Sharp & Dohme)'라는 이름이 새롭게 탄생했다.

그래서 미국의 '머크'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머크'라는 명칭을 쓰고 그 외 지역에서는' MSD'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따라서 한국에서 올바른 '머크' 표기법은 'MSD'가 맞지만 좀 낯선 느낌이다. 정확한 한글혼용 표현은 '머크앤드컴퍼니(MSD)'지만 그냥 '머크(MSD)'라고 쓰는 경우도 흔하다. 또는 '미국 머크(MSD)'라고 쓰기도 한다.

[사진 = 셔터스톡]

◆ 머크의 핵심자산은 전 세계 매출 1위 키트루다

'머크(MSD)'가 지금의 엄청난 시가총액으로 성장한 계기는 무려 7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개발해 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덕분이다. 이 놀라운 제품은 현재 전 세계 단일의약품 기준 매출액 1위다. 2023년 매출액은 30조원으로 추정된다.

3세대 항암제로 추앙받는 '면역항암제'란 면역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를 말한다. 사람 몸에 원래부터 있던 면역세포가 가장 강력한 치료제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사람 몸 속 면역세포는 비정상적인 세포가 생기면 공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암세포도 면역세포를 공격한다는 점이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공격하는 경로를 막거나, 면역세포 자체를 더 강하게 만들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다. 현재 암 환자 치료에 쓰이고 있는 면역항암제는 대부분 '면역관문억제제'로 통한다. 인체에 침입한 바이러스나 균, 암세포 등을 공격하는 면역세포 중 대표적인 게 바로 'T세포'다.

그런데 T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도 문제가 되므로 적절히 제동장치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바로 'PD-1'이다. T세포 표면에는 'PD-1'이 붙어 있다. 그리고 암세포 표면에는 'PD-L1'이라는 물질이 붙어 있다. 문제는 T세포 표면에 붙어 있는 PD-1이라는 단백질이 암세포 표면에 붙어 있는 PD-L1 단백질과 결합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작용한다. 이런 경우 암세포는 T세포를 피해 계속 증식한다. 그런데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하면 이런 결합을 억제시킨다. 따라서 T세포가 정상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해 파괴시킨다.

이런 'PD-1'과 'PD-L1'과의 결합을 막는 기전을 보여주는 게 '면역관문억제제' 다. 면역관문억제제는 2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T세포 표면에 붙어있는 'PD-1'과 결합해 억제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면역항암제 1위인 '머크(MSD)'사의 '키트루다'와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옵디보'가 대표적이다. 또 다른 하나는 'PD-L1'과 결합하는 항체 제품으로 로슈(Roche)사의 '티센트릭'이 대표적이다.

[사진 = 셔터스톡]

◆ 한 때 '머크'가 포기하려 했던 키트루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특징 중 하나는 성공적인 신약개발에는 우연적인 요소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탈모약 '미녹시딜(minoxidil)'은 원래 고혈압 치료목적으로 개발된 성분이다. 그런데 복용자들에게 털이 자라는 것을 발견하고 발상을 전환해 바르는 탈모약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지금은 전 세계 단일 의약품 매출 1위를 기록중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도 우연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믿어지지 않게도 '키트루다'는 한 때 '머크(MSD)'가 개발 포기를 검토했던 약물이다. 2009년도에 머크 자체 평가에서 중요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에 따라 개발포기 또는 타 회사로의 기술이전(out-licensing)이 검토됐다.

하지만 그 당시 경쟁사였던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이 'PD-1' 물질연구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PD-1'과 관련 있던 '키트루다'의 연구개발 역시 극적으로 살아 남게 된다. 당시에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이 연구했던 물질이 바로 지금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면약 항암제 '옵디보'다.

◆ 머크의 원투펀치 '키트루다'와 '가다실'의 매출액은?

머크(MSD)'의 매출 넘버원은 당연히 '키투루다'다. 그렇다면 머크에서 2번째로 높은 매출을 보이고 있는 약품은 뭘까? 바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인 '가다실 및 가다실9'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자궁경부암 환자의 약 70%가 HPV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남성의 생식기 사마귀 발생원인의 약 90%가 HPV 감염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여자들 사이에서 '가다실'은 필수적으로 접종해야 하는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한국에서의 점유율은 70%를 훌쩍 넘는다.

미국의 경우 가다실 접종자 중 일부가 조기 폐경, 만성 피로 등의 부작용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9~45세에 HPV 백신 접종을 권하는 지침을 내리고 있는 상태다. 백신 성능이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머크'도 부작용 우려보다 특허만료에 훨씬 더 신경 쓰고 있는 상황이다.

'머크(MSD)'의 매출액은 2020년에 50조원에 불과했지만 2년뒤인 2022년에는 무려 71조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더 극적으로 증가했다. 2020년의 6조원에서 2022년에는 25조원으로 4배 폭증했다. 이런 실적 급증의 원인은 매출 원투펀치인 '키트루다'와 '가다실' 덕분이다. 

'머크(MSD)'의 치명적인 약점은 뭘까? 바로 원투펀치인 '키트루다'와 '가다실'의 매출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이는 장점이자 단점이며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2022년 기준 키트루다(35%)와 가다실(12%)의 합산 매출 점유율은 47%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3년 9월말에 키트루다(35%)와 가다실(12%)의 합산 매출 점유율은 55%로 폭증했다.

키트루다와 가다실의 매출 점유율 급증은 전 세계 매출확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보조요법과 병용요법을 활용한 파이프라인 확장으로 항암제 시장에서 '키트루다'의 입지가 더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키트루다'의 매출은 2030년 이후에도 증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일부 품목에 매출이 집중되면 나중에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제약분야처럼 특허기간이 정해져 있는 약품은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머크의 실적 중에 또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영업이익의 급감이다. 2023년9월말 누적 영업이익은 고작 6조원에 불과하다. 전년도 동 기간의 실적과 비교하면 무려 -15조원이 급감했다.

매출이 증가함에도 영업이익이 -72%로 감소한 이유가 뭘까? 뒤에서 설명할 '프로메테우스 바이오사이언스' 인수 비용 때문이다. 이는 그냥 회계상 수치라서 특별히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 키트루다와 가다실의 특허만료는 최대 위기

모든 제약∙바이오 회사의 고질적인 고민은 바로 특허 만료다. 미국의 경우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시점으로부터 최대 14년간만 특허가 유효한 특허기간 상한제를 운영 중이다. 너무 짧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대신 의약품은 개발이 오랜 기간이 걸리는 특성 때문에 다른 품목의 특허 제도와 달리 약간의 예외를 인정해 준다.

의약품 특허기간에 임상시험이나 심사 지연 등이 발생할 경우 5년 내에서 특허기간을 연장해주는 예외가 있다. 특허권 설정등록일과 품목허가일이 크게 차이가 나는 걸 감안한 룰이다. 이런 제도는 미국과 한국 등에 공통으로 존재한다. 어쨌든 특허만료 문제는 신약을 개발한 오리지널사 입장에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

특허기간이 너무 짧으면 아무도 막대한 자금을 투여해 신약을 개발하지 않으려 한다. 반면 특허기간이 너무 길면 소비자와 공공보험을 담당하는 건강보험공단 같은 정부단체의 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특허 만료 후에는 복제약(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의 출시가 가능해지면서 오리지널 약품 가격이 30% 이상 급락하게 된다.

'머크(MSD)' 역시 특허 만료가 최대 고민이다. 머크에게 2028년은 재앙의 해다. 미국에서 '머크(MSD)' 매출의 원투펀치인 '키트루다'와 '가다실'의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시점이 바로 2028년이다. '키트루다'의 물질 특허가 만료되면 키트루다 관련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가능성도 있다. '머크(MSD)' 입장에서는 재앙적인 상황이다.

'머크(MSD)'는 이에 대비해 '키트루다'를 피부 밑에 주사할 수 있는 '피하제형 특허'를 2021년 9월에 추가로 출원했다. 만약 이 특허가 등록된다면 독점권이 최대 2036년까지도 확대될 수 있다. 일명 에버그리닝 전략이다.

'에버그리닝'이란 의약품 특허를 처음 등록할 때 특허 범위를 넓게 설정한 뒤 2∼3년 간격으로 약의 형태나 투여용법, 구조 등을 조금씩 바꿔 후속 특허를 지속적으로 추가해 특허권을 방어하는 전략이다. 한국의 경우 연장 가능한 특허권수가 복수로 허용돼 있어 이 전략이 상당히 유용하다. 하지만 미국은 연장 가능 특허권 수를 1개로 제한해 이런 꼼수 사용에도 제약이 많다.

게다가 미국 정치인들이 이 꼼수마저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2023년 2월에 미국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을 대표로 하는 서한이 미국 특허청(PTO)에 제출됐다. 내용은 키트루다의 특허 연장 조치에 대한 조사 촉구였다. 이런 전반적인 흐름으로 볼 때 '머크(MSD)'사의 키트루다 특허연장 전략이 성공할지는 아무도 예단하기 어렵다.

키트루다 특허만료 논쟁은 소비자 입장인지 아니면 투자자 입장인지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하루 빨리 특허가 만료돼 약 가격이 내려가야 한다. 반면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특허가 연장돼 머크(MSD)의 매출이 계속 증가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사진 = 셔터스톡]

◆ 위기 돌파 승부수는 공격적인 M&A

요즘 특허만료가 임박한 모든 대형 제약사들의 화두는 생존을 위한 M&A다. 결국 돌파구가 M&A 밖에 없다는 사실을 주요 제약사 CEO들은 모두 절실히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에 머크가 굵직하게 진행한 M&A로는 어떤 게 있을까?

'머크(MSD)'의 역대 M&A 중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건 2021년에 인수한 '액셀러론 파마(Acceleron Pharma)' 인수 건이다. 무려 14조원(115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했다. '액셀러론 파마'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변환성장인자-베타(transforming growth factor-β)'를 활용한 제약 기술이다.

또 다른 빅딜로는 2023년 4월에 진행한 미국 생명공학 업체 '프로메테우스 바이오사이언스(Prometheus Bioscience)' 인수합병이 대표적이다. 이 역시 무려 13조원(108억달러)이라는 거금을 사용했다. 머크는 이 M&A를 통해 궤양성 대장염과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 치료와 관련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면역학 분야에서도 입지를 강화했다.

머크의 공격적인 M&A는 올해에도 이어졌다. 2024년 1월에 머크는 면역치료제 개발 전문 제약기업 '하푼 테라퓨틱스(Harpoon Therapeutics)'를 8천억원(6억8천만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건은 앞선 대형 M&A들과 비교하면 스몰 딜에 가깝다.

'하푼 테라퓨틱스'는 면역계의 힘을 이용해 암 환자를 치료하는 T세포 관여자(T-cell engager) 개발에 집중해 왔다. 현재는 소세포 폐암 및 신경내분비 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후보 약물을 임상 시험 중이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머크의 항암제 파이프라인이 한층 다양화됐다는 평가다.

[사진 = 셔터스톡]

◆ 기대되는 신약은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과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그렇다면 올해 '머크(MSD)'의 신약 중 가장 기대되는 건 뭘까? 바로 2021년에 인수한 '엑설러론 파마'의 기술력으로 만든 폐동맥고혈압(PAH) 치료제 '소타터셉트(sotatercept)'다. 폐동맥고혈압은 폐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 이상이 생겨 폐동맥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심장에 부담을 줘 신체 활동이 제한돼 결국 수명감소로 이어진다.

미국에서만 약 4만명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 국내 환자도 5천명 내외로 추정된다.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5년 사망률은 약 43% 수준으로 알려진다. 치료는 혈관확장제를 사용해 폐동맥압을 낮추는 약물을 투여한다. 하지만 기존 약들은 치료효과가 낮았다. 많은 환자들이 2~3가지 약물 병용요법에도 불구하고 치료에 실패했다.

새로운 신약인 소타터셉트는 폐혈관 세포 사이의 비정상적 신호를 차단해 질병 진행을 역전시키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지난 해 임상 3상 결과 최소한의 활동으로도 숨이 가쁜 중증 폐동맥고혈압 환자에게서 유효성이 확인됐다.

소타터셉트는 진작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치료제 및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양호한 임상 3상 결과에 힘입어 빠르면 2024년 1분기에 FDA의 최종 승인이 완료될 전망이다. 희귀병 치료제라 수요는 제한적이다. 대신 엄청난 고가에 판매될 예정이다.

소타터셉트의 2028년의 글로벌 예상매출액은 무려 3조원(26억달러)이다. '머크(MSD)'는 이 신약이 키트루다의 특허만료에 따른 매출 감소액 중 일부를 메워 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소타터셉트'보다 더 큰 매출을 기대하는 신약이 있다. 바로 머크가 2023년 4월에 인수한 '프로메테우스 바이오사이언스'의 핵심 약물인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치료제 'PRA023'이다. 이미 작년에 임상 2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임상 3상까지 완료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 또 3상이 실패할 가능성도 제로는 아니다.

업계에서는 최종적인 신약 승인 시 잠재시장 규모를 연 24조원(200억달러)으로 추정된다. 이 막대한 시장에서 머크의 'PRA023'이 장기적으로 점유율을 20%만 가져와도 연간 약 5조원(40억달러)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엄청난 신약 역시 키트루다 특허만료 시의 매출공백을 상당 부분 메워 줄 것으로 기대된다.

위 2개의 M&A 사례만 살펴봐도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형 제약사들의 M&A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 수 있다. 2024년에 '머크(MSD)'의 주가는 20% 급등했다. 머크의 주력품목인 '키트루다'와 '가다실'의 매출증대는 향후 몇 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추가로 막강한 신약 2개를 손에 넣은 '머크(MSD)'의 장기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바이오 주식 투자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호재만발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머크(MSD)' 주식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longinu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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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윗집 발망치 소리, 내년부터 끝" [세종=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지난 2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HERI). 세종시에 위치한 이곳에는 주택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여러 시험동이 있지만, 5층짜리 실제 아파트 건물 한 동이 눈에 들어왔다. 출입구 한켠에는 'db35lab(데시벨 35 랩)'이란 영문과 숫자 표기가 부착돼 있었다. 아파트 1층 내부에 들어가야 이 표기의 의미를 알게 됐다. 이는 LH가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인 37데시벨보다 낮은, 도서관처럼 조용한 집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층간소음기술연구소의 시험동 이름이다. 층간소음 등급별 시연 모습 [사진=국토부기자단 공동] 거실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화면에는 2층의 층간소음을 일으킬 수 있는 런닝머신, 책상과 의자, 공 등의 도구들이 보였다. 우선 화면을 통해 윗층에서 아래층에 전달되는 성인의 발걸음 소리를 들려줬다. 말 그대로 '발망치' 소리였다. 들려오는 소음은 49데시벨로 4등급 수준이다. 층간소음의 기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2005년 전에 지어진 공동주택의 경우 일부에서 이러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중량충격음이다. 이번에는 실제로 윗층에서 걷는 소리를 듣는 순서였는데, 귀를 쫑긋 세우지 않고서는 소음을 느끼기 어려웠다. 미세한 진동음이 들리긴 했지만, 불편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어 1m 높이에서 3kg 무게의 공을 떨어뜨리는 실험도 시연됐다. 이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중량충격음으로, 역시 4등급 수준에서는 참기 어려운 소음과 진동이 느껴지지만, 이곳의 실제 시연에서는 역시 진동음이 확 줄었다. 의자 끄는 소리는 비교적 가볍고 딱딱한 충격음이어서 경량충격음이라고 하는데 4등급 수준에서는 참기 어려울 정도로 불편했지만, 실제 시연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충격음이 전달되지 않았다. 이처럼 층간소음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데는 1등급 기준인 37데시벨에 맞춘 성능으로 시공된 바닥 때문이었다. 기존 슬래브 두께보다 두꺼운 250mm로 시공하고, 그 위에 40mm 복합완충재와 30mm 고밀도몰탈 및 와이어 메쉬 등을 함께 깔아 놓은 바닥재다. 공동주택 층간소음 저감기술은 2023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으나, 슬래브 두께는 210mm로 상대적으로 얇고 낮은 등급의 완충재와 일반 몰탈을 적용해 3등급 수준에 머물렀으나, 이를 매년 개선해 온 결과 올해 1등급 기준을 충족하게 됐다. LH는 이러한 기술 개발을 실험동 연구에 그치지 않고, LH 공동주택 각 현장에 실증 시공을 하면서 실증 결과 데이터를 쌓아왔다. LH가 층간소음 저감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한 단지는 양주회천 A15블록으로, 당시 3등급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평택고덕 ab57-2블록에 2등급 수준으로 끌어 올려 적용했다. LH 연구원 관계자는 "이 같은 1등급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과 공법을 연구해 왔다"면서 "47개의 기술 모델 개발과 총 1347회에 걸친 실증을 거쳐 자체 1등급 기술 모델을 정립해 내년부터 주택 설계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1등급 기준 설계로 분양가 상승의 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기존 공동주택 24평형(전용면적 59㎡) 기준으로 가구당 300만~400만 원의 공사비가 더 소요되는 것으로 LH는 추정하고 있다. 정운섭 LH 스마트건설본부장은 "층간소음 1등급 설계 적용 때문에 수분양자의 분양가 상승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자체 원가절감과 함께 정부 재정 지원을 요청한 상태"라면서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공사비 상승의 주요인인 슬래브 두께를 슬림화하면서도 1등급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층간소음감지기를 통해 경고 알람이 뜨는 월패드 시연 장면 [사진=국토교통부기자단 공동] 층간소음 1등급 설계는 새로 짓는 공동주택에서만 가능하다. 때문에 구축에서는 이러한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LH는 이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층간소음 감지기를 IT업체와 협력해 개발 중이다. 바닥에 여러 차례 충격을 줄 경우, 층간소음 감지기의 센서가 작동해 해당 세대 월패드를 통해 주의를 당부하는 알람이 뜨도록 하는 장치다. 정승호 LH 스마트주택기술처 팀장은 "구조적으로 층간소음을 줄일 수는 없겠지만,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기준을 해당 세대에게 알림으로써 아래층 이웃과의 분쟁을 줄일 수 있도록 고안한 장치"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시연은 기존 공동주택에 적은 비용으로도 층간소음을 저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팸투어에 참여한 국토교통부 기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층간소음 1등급 바닥구조 [사진=뉴스핌DB] LH는 바닥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에 국한하지 않고, 옆 세대와의 벽간소음, 화장실 배관 소음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생활소음 저감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벽간소음을 저감하는 소음 차단 성능 1등급 벽체 구조는 2019년 11월부터 이미 설계에 반영한 바 있다. 내년부터는 화장실 배관이 아래층을 통하지 않고 각 세대 내에서 설치되는 자체 배관을 적용해 배관을 통해 전달되는 소음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내구성이 좋은 장수명 주택, 수요자의 취향에 맞게 가변형 평면 구성이 가능한 라멘 구조 주택, 레고처럼 조립·건설하는 모듈러 주택 등 주택 건설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는 주택 유형에도 층간소음 1등급 접목 방안을 모색해 적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LH는 층간소음 저감 기술 저변을 민간으로 확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민간의 고성능 신기술을 발굴하고, 다양한 1등급 기술 요소의 시장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에는 층간소음 기술 마켓을 통해 6개의 고성능 기술을 발굴했으며 LH 공공주택 현장에서 그 성능을 검증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LH는 층간소음 1등급 적용 확산을 위해 db35lab을 내년 3월부터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자체 층간소음 시험 시설이 없는 중소기업에 데시벨 35랩을 테스트베드로 제공해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LH는 또 그간 개발해 온 층간소음 저감 기술 요소와 시공법, 실증 결과를 중소 민간 건설사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더불어 자체 기술 개발과 층간소음 저감 시공·품질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에 대한 기술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한준 LH 사장은 "2년 전 취임 당시 제일 먼저 강조한 게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약속한 것이었다"면서 "내년부터는 LH가 짓는 모든 아파트에 1등급 기준을 적용해 국민 일상의 생활 고통을 덜어주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벽식 구조의 공동주택에서 벗어나 라멘(기둥식) 구조와 모듈러에도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을 적용해 100년 이상 가는 장수명 주택의 근간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dbman7@newspim.com 2024-11-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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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동행카드, 고양·과천도 30일부터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가 오는 11월 30일 첫 차부터 고양시와 과천시까지 서비스를 확장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로써 서울~고양~과천을 오가는 시민들도 월 5만~6만원대로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1월 27일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출발한 기후동행카드는 3월 30일 김포골드라인, 8월 10일 진접선·별내선까지 확대됐다. 서울 공동생활권인 인구 100만의 대규모 도시 고양시와 지리적으로 서울시와 경기남부의 길목에 위치한 과천시까지 연결됨에 따라 수도권으로 본격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서울 외 지역 기후동행카드 이용 가능 도시철도 구간 [이미지=서울시] 서울시와 고양시, 과천시는 지난해 2~3월 기후동행카드 참여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후속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11월 30일 고양시(3호선·경의중앙선·서해선), 과천시(4호선)의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확정지었다. 관계기관들과 함께 시스템 개발·최종 점검을 완료했다. 이번 확대로 3호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역에서 서울시 송파구 오금역까지 모든 역사(44개)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경의중앙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역에서 구리시 구리역까지 34개 역사, 서해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역에서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역까지 7개 역사, 4호선은 남양주시 진접역에서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사까지 34개 역사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현재 기후동행카드 서비스 범위에 이미 고양시를 경유하는 서울 시내버스 28개 노선과 과천시를 경유하는 6개 노선이 포함돼 있음을 고려하면 서울과 고양·과천을 통근·통학하는 약 17만 시민의 이동 편의가 더욱 증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용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과천·고양 등 시민들도 기후동행카드의 다양한 문화 혜택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 과천시 4호선 확대로 대공원역도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방문 시 서울대공원 50% 할인 등 혜택을 참고하면 된다.  기후동행카드는 올해 1월 23일 서비스 시작 이후 70일 만에 100만 장이 팔리는 등 시범사업 단계부터 큰 호응이 확인된 바 있다. 7월부터 본사업에 들어가면서 청년할인권·관광객을 위한 단기권 등 다양한 혜택이 더해졌다. 평일 최대 이용자가 65만명이 넘어가는 등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고양·과천 지하철 적용을 시작으로 수도권 시민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협의·시스템 개발 검토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확장을 위한 타 경기도 지자체와의 논의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고 시는 덧붙였다.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려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에서 '모바일티머니' 앱을 무료로 다운받아 충전하면 된다. 실물카드는 서울교통공사 1~8호선 고객안전실, 지하철 인근 편의점 등에서 구매한 후 서울교통공사 1~8호선, 9호선, 신림선·우이신설선 역사 내 충전기에서 권종을 선택·충전 후 사용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의 고양시, 과천시 확대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고양시(031-909-9000), 과천시(02-3677-2285),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김포·남양주·구리에 이어 고양·과천 확대로 경기도 동서남북 주요 시군까지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대중교통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며 "교통비 절감·생활 편의·친환경 동참 등 일상 혁명을 수도권 시민들까지 누릴 수 있도록 수도권 지역 서비스 확대·편의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kh99@newspim.com 2024-11-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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